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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환불능 알면서 팔아"…홈플러스 '깡통채권' 사기 혐의 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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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5.06.27 12:00:01

법무법인 로백스, 투자자 대리해 고소장 제출
"상환불능 알면서 발행…신용위험 투자자 전가"
CP 피해·롯데카드 책임 첫 거론…손배소 예고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및 기업어음(CP) 투자자들이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 등을 사기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홈플러스 신용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범죄로 규정하고, 그간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던 CP 피해와 롯데카드의 책임까지 물었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김광일(앞줄 오른쪽 두번째) 홈플러스 부회장과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앞줄 오른쪽) 등이 지난 3월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업회생절차와 관련, 입장을 밝히기에 앞서 허리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로백스(대표변호사 김기동·이동열)는 이날 홈플러스 사태 피해 투자자들을 대리해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롯데카드 관계자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홈플러스의 상환 능력이 사실상 소진된 상태임을 알면서도 ABSTB와 CP 등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약 5579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는다.

구체적으로 지난 3월 5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으로 상환 불능 상태가 된 유가증권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 사이 발행된 △ABSTB 약 3419억원 △CP 약 1160억원 △전자단기사채 약 720억원 등이다.

법무법인 로백스는 “이번 고소는 일부 피해자의 위임을 받아 진행됐으며, 향후 피해자를 추가로 모집해 MBK파트너스, 홈플러스, 롯데카드 및 주요 경영진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도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고소는 그간의 다른 고소·고발과 달리 약 2000억원 규모의 CP 피해를 전면에 내세웠다. 또한, 홈플러스의 유동성 위기를 은폐하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신용공여를 확대해 준 롯데카드를 피고소인에 포함한 점도 눈에 띄는 차별점이다. 롯데카드는 이 과정에서 자사 카드대금 채권 782억원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는 “홈플러스가 이미 수년간 유동성 위기에 빠져있었고, 이를 모면하기 위해 초단기자금 조달 목적으로 동원한 수단이 ‘ABSTB와 단기CP’였던 점은 회계법인 조사보고서에도 명확히 드러나 있다”면서 “법원의 회생절차 역시 피해자들의 고통을 전제로 진행될 수밖에 없으므로, 이와 별개로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경영진 등에 대한 민·형사상 법적책임을 묻는 절차가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로백스는 피고소인들에게 사기죄의 ‘미필적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 만기일에 결제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CP 등을 발행해 부도에 이르게 한 경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기죄가 성립된다는 법리는 2011년 LIG건설 CP 부도 사건(약 6000억원 규모), 2013년 동양(001520)그룹 CP 발행 사건(약 1조3000억원 규모) 등에서 이미 확립된 바 있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는 2015년 MBK파트너스의 차입매수(LBO) 방식 인수가 지목됐다. MBK파트너스는 7조4000억원의 인수 대금 중 4조3000억원을 차입해 그 상환 부담을 홈플러스에 전가했다.

이후 홈플러스는 급증한 금융비용과 업황 악화로 재무구조가 급격히 나빠졌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2016년부터 8년간 28개의 점포와 물류센터를 매각해 4조원 이상을 확보했으나, 이중 다수가 고액 임대료를 부담하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이어서 오히려 연간 4000억원의 임대료 부담을 떠안게 됐다.

자금난이 심화되자 홈플러스는 매출채권 회수일(평균 4일)과 매입채무 지급일(평균 30일)의 차이를 이용한 단기 금융상품 발행에 의존했다. 특히 MBK 계열사인 롯데카드의 기업구매전용카드 이용액은 지난해 약 7953억원으로 전년 대비 6배 이상 급증하며 비정상적인 신용공여 확대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홈플러스는 카드대금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ABSTB를 발행했다. 특히 SPC(특수목적법인)와의 ‘참가계약’을 통해 카드사가 원리금 상환 책임을 지지 않는 ‘비소구(Non-recourse)’ 조항을 포함시켜 신용위험을 모두 일반 투자자에게 전가하는 구조를 설계했다고 로백스는 설명했다.

자료: 법무법인 로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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