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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스페이스X 꿈꿨던 韓우주 스타트업, 인력 절반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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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구 기자I 2025.05.29 13:09:49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80→40명 인력 줄여
준궤도 시험 발사 연기, 해상착륙장 건설 실패
韓 우주개발 한계…우주청, 정책 배려해야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한국판 스페이스X’를 꿈꿨던 회사가 위기에 몰리고 있다.

29일 항공우주업계에 따르면 한국 우주 발사체 스타트업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달 말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주항공청이 민간 우주시대를 내세우고 이노스페이스(462350), 루미르(474170) 등 우주기업들이 코스닥에 상장하며 ‘장밋빛 전망’ 속 ‘K뉴스페이스’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례다. 700억원이 넘는 투자를 받은 국내 대표 우주 스타트업이 문닫을 위기에 처해 업계 파장이 예상된다.

탄소복합재로 제작 중인 페리지 우주발사체 ‘블루웨일1’.(사진=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액체 메탄 엔진 기반의 소형 우주발사체 개발에 주력하는 우주 스타트업이다. ‘한국판 일론머스크’를 꿈꾸는 신동윤 대표가 만 19세였던 지난 2016년 창업팀을 꾸렸고, 2018년 회사를 설립했다. 페리지는 최대 질량 200 kg의 탑재체를 500 km 태양동기궤도(SSO)로 수송할 수 있는 2단 소형 우주발사체인 ‘블루웨일1(Blue Whale1)’을 개발해 왔다. 시장에서 높은 가능성을 인정받아 약 710억원(올해 3월 기준)의 누적 투자를 받았고, 올해 준궤도 시험발사를 시작으로 상용화를 목표로 해 왔다.

하지만 페리지는 지난해 10월 예정된 준궤도 시험발사가 연기되면서 경영상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해 10월 서성현 대표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내려온 데 이어 3월말 김수환 최고재무관리자(CFO)까지 퇴사했다. 지난달 말에는 필수인력만 남기는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1년전 80여명에 달했던 인력은 현재 40여명으로 절반이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시험발사체 발사 연기, 해상착륙장 건설 실패에다가 대내외적인 경제여건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부분들은 줄이면서 필수 인력만 남겼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에 정통한 관계자는 “지난해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선제적인 비용절감과 구조조정 이야기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여러 대내외적인 상황이 겹친데다 시험발사가 잘 안돼 운이 없었는데 결과적으로 회사 역량의 부재도 원인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투자자금도 부족하고, 메탄엔진 개발과 해상 발사장 건조 등 어려운 시도를 하다보니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리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현대로템(064350), KAIST 우주연구원과도 협력 연구를 해왔던 만큼 차질도 예상된다. 신동윤 대표가 학위과정과 회사 운영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기반으로 해왔다는 점에서 KAIST 우주연구원과의 동행 여부도 주목된다. KAIST 우주연구원은 페리지-KAIST 로켓연구센터도 운영하고 있지만 현재 회사의 추가 투자 없이 비용이 들지 않는 선에서 협력을 하고 있다.

한재흥 KAIST 우주연구원장은 “회사가 지난해 발사를 하지 못하면서 투자가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고, 일부 비용도 줄이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KAIST 우주연구원과는 엔진 시험 등 기술 자문과 협력은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리지의 어려움은 우주 후발주자인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우주항공청이 뉴스페이스 기업들을 위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분석도 하고 있다. 우주청이 제시한 재사용발사체를 이용한 우주수송비 절감을 위해서는 국내 우주 발사체 스타트업의 성장도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단순히 기업이니까 알아서 하라고 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발사체는 시간이 오래걸리고, 성공·실패에 따라 기업 존속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배려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측은 회사 경영 어려움에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서성현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CTO는 “(구조조정등에 대해) 답하기 어렵고 그럴 위치도 아니다”면서도 “우주산업은 신산업이고, 회사가 도전적인 과제를 하다 보니 항상 어려움의 연속이지만 최선을 다해 도전하고 있으며, 후속 투자를 위해 신동윤 대표가 노력하고 있는 만큼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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