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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8시 43분쯤 여의나루역에서 마포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방화를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자신에게 불리한 이혼 소송 결과에 불만을 품고 범행일 하루 전 분신할 마음을 먹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이 희생될 가능성을 우려해 범행을 고민했지만, 사건 당일 대중교통인 지하철에 방화하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범행을 실행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범행 열흘 전인 지난달 21일 주유소에서 휘발유 3.6ℓ를 구매했다. 오토바이 운전자인 것처럼 헬멧을 착용하고 현금으로 유류비를 내는 방식으로 주유소 업주의 의심을 피하기도 했다. A씨는 범행 전 신변을 정리하면서 정기예탁금과 보험 계약을 해지는 등 전 재산을 정리해 친족에게 송금했다. 그리고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패소가 확정된 지난달 30일, 휘발유를 들고 지하철 1·2·4호선을 번갈아 타면서 범행 기회를 물색했다.
범행 당시 열차는 한강 밑 터널을 지나고 있어 승객의 대비가 어렵고 질식 및 압사 위험과 화재 진압의 어려움이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방화가 이뤄진 곳은 지하철 총 8칸 중 4번째 칸이라 연기와 화염이 옆으로 퍼질 경우 피해가 증가할 위험도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임산부인 승객이 휘발유가 뿌려진 바닥에 미끄러져 대피하지 못했음에도 불을 붙이는 등 살인의 범의가 객관적으로 확인됐다”며 “지하철의 구조상 화재와 유독가스 확산으로 열차에 탑승한 전체 승객들의 생명과 신체 안전에 중대한 위험이 초래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에서 특정한 피해자 33명 외에 경찰과 소방의 신고 내역, 구급일지 등을 전수조사해 피해자 127명을 추가로 특정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비상상황 발생 시 열차와 종합관제센터의 유기적인 연락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지하철 내장재가 불연성 소재로 교체됐고, 그 결과 이번에 발생한 불길이 내장재와 차체에 옮겨붙지 않음으로써 대형참사를 피할 수 있다”면서도 “기관사 1명이 열차관리와 승객 문의 대응, 종합관제센터에 상황을 보고하는 등 동시에 여러 통제조치를 하는 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확인됐다”고 했다.
한편, 이 사건의 경위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승객 탈출과 A씨 검거에 일조한 시민 4명이 모두 출·퇴근하던 현직 경찰관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소속 이주용 경위와 종로경찰서의 정재도 경감은 열차에서 노약자의 하차를 도왔고, 서울경찰청 기동본부 소속 전성환·신동석 순경은 방화 후 질식으로 쓰러진 A씨를 들것으로 안전한 장소에 옮긴 뒤 붙잡는데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