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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선고를 시작하자 집회 참가자들은 자리에 가만히 앉아 화면에 집중한 채 별다른 호응을 하지 않았다. 선고가 시작하기 전 집회 외곽으로 이동하던 사람들의 걸음도 서서히 느려졌다. 이들은 비교적 차분한 얼굴로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문 권한대행이 탄핵소추의 적법 여부부터 비상계엄 선포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을 요목조목 설명하면서 지지자들의 낯빛은 서서히 어두워졌고 동요하기 시작했다. 특히 문 권한대행이 “결국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사정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피청구인의 판단을 객관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위기상황이 이 사건 계엄선포 당시 존재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하자 일부 지지자들은 손에 쥔 태극기와 성조기를 내던지며 울부짖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무슨 개같은 소리냐”고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결국 오전 11시 22분쯤 헌재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주문하자 집회 분위기는 차갑게 가라앉았다. 정적 속에서 일부는 소리를 질렀다.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눈물을 닦는 이도 있었다. 헌재의 선고가 모두 끝나자 한 여성은 경찰의 방패를 발로 차기도 했다. 다만 대체로 충격을 받은 듯 정적이 이어졌다. 무대 위 사회자는 “진정하라”면서도 “이제 국민저항위원회를 중심으로 이 사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헌재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파면 선고 직후 격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종로구 수운회관 인근에 모여 있던 400 명(경찰 비공식 추산) 중 일부는 흥분했다. 이 중 무장한 남성이 경찰 버스의 유리창을 쇠파이프로 때려 부쉈다. 경찰은 해당 남성을 공용물건손상죄로 현행범 체포했다.
보수단체 참가자들은 선고가 끝났지만 한남동 관저 앞과 현재 인근에서 집회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헌재의 파면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주말인 5일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