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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최근 사내 업무 전반과 영업 전산망을 포함한 전사적 통합시스템 개편 ‘카이로스-X’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며,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업무 방식 혁신과 프로세스 간소화를 목표로 한다.
KT는 “카이로스-X는 단순한 시스템 이전이 아니라, 회사 전반의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려는 것”이라며 “기존 업무 프로세스의 비효율성을 줄이고, 데이터 기반의 빠른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KT는 이번 시스템 개편을 통해 업무 효율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했다. 프로세스 이노베이션(PI)을 마친 뒤 부서별로 진행된 화상 설명회에선 PwC와 LG CNS(LG씨엔에스(064400))관계자들이 참석해 이를테면 인사 부서에서 리스트업을 할 때 11 단계의 작업을 거치던 일을 5~6단계로 축소할 수 있는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업무 처리 속도 개선, 인력 자원의 효율적 배분, 사내 커뮤니케이션 간소화 등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또한,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 전환으로 인해 상품 개발과 출시 주기가 빨라지고, 다양한 유무선 통신 융합 서비스 대응 능력도 높아질 것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KT는 “AI·클라우드 중심 체제로 전환해 외부 시장 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석채 회장 BIT 악몽…“1.6조 예산 대비 실익 불투명”
KT가 내부 기간 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을 추진하면서 대규모 예산 집행과 외부 업체 의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 이석채 회장 시절 실패한 ‘BIT 프로젝트’처럼 실효성 없는 대형 사업이 반복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KT의 한 임원은 “BIT는 실패했지만 KT-KTF 합병 후 시스템 통합이라는 명확한 대의가 있었고, 내부 인력이 주도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비즈니스 변화 없이 단순히 MS 클라우드로 이전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실질적 효과는 불확실하고, MS 등 특정 벤더에 대한 락인(lock-in) 리스크만 커질 수 있다”며 “시점과 전략 없는 클라우드 전환은 업무 혁신도, 효율성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과거 이석채 회장 시절 진행된 BIT 프로젝트는 사업 성과와 무관하게 외부 기업들이 막대한 수익을 올린 사례로 회자된다. 당시 액센츄어와 오라클은 타임 앤 머티리얼(Time & Material·작업시간과 투입자재에 따른 비용 청구)방식으로 약 1조원을 수령했으며, LG CNS도 약 1000억원 규모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BIT는 결국 실패했다. 이 회장 퇴임이후 KT IT부문 인력이 투입돼 2000~3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시스템을 대체했다.
이번 사업에서는 LG CNS가 PwC, MS와 함께 주요 수혜자로 지목된다. KT 내부 설명회에서 밝힌 총 사업비는 1.6조원 규모다.
KT·LG CNS “PI 단계, 본사업 결정 안 됐다”
업무 통합 시스템 구축은 KT만의 움직임은 아니다. LG유플러스는 유무선 상품을 통합 운영하는 ‘유큐브’를 아마존웹서비스(AWS) 기반으로 구축했고, 아마존 베드록을 통해 생성형 AI도 도입했다. SK텔레콤 역시 자체 시스템 통합을 추진 중이며, KT도 이와 유사한 방향에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KT 내부에서 논란이 지속되는 이유는 과거 BIT 프로젝트 실패 경험과 외부 업체 의존 우려 때문이다. KT의 한 임원은 “KT 시스템은 LG유플러스에 비해 훨씬 복잡해 외부 업체가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며 “KT DS와 KT IT 인력의 상실감이 클 수 있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T와 LG CNS는 아직 구축사 선정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KT는 “현재는 프로세스 이노베이션(PI) 단계이며, 본사업은 내년부터 3~4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카이로스-X’ 프로젝트가 본격 추진될 경우 공개 입찰 및 이사회 승인 등 투명한 절차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시스템 개편이 실제 업무 효율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예산 낭비 논란으로 끝날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