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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한미 관세 협상을 마치고 귀국한 여 본부장은 “새 정부 들어와서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협상을 본격화했으나 모든 이슈들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기엔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축구로 치면 후반에 선수가 교체돼 전력 질주하다가 승부를 보지 못하고, 연장전으로 돌입한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여 본부장은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미 협상 파트너들과 실질적인 논의를 진전시켰고, 현재는 협상을 가속화하는 단계”라고 자평했다.
여 본부장은 방미 기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등을 만나 현재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고 있는 자동차·철강 등의 품목관세 인하와 부과를 예고한 25%의 상호관세 면제 등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했다. 특히 미국 관세조치에 대한 우리측 입장과 한미 간 상호호혜적 제조업 협력 프레임워크에 대한 우리측 비전도 제시했다.
여 본부장은 추후 협상 일정과 관련해선 “다음 방미 시점은 관계 부처 및 국회와 협의해 협상안을 마련해 ‘랜딩존’ 진입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섰을 때가 될 것”이라면서 “미 정부가 시한으로 제시한 8월 1일까지 최소 한 번은 방미 협상이 예정돼 있으며, 상황에 따라 추가 협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그는 “상호 관세 25%와 자동차, 철강 등 품목별 관세는 매우 불합리 불공정한 대우이며, 향후 유망한 한미 협력의 가능성을 심히 저해함으로 철폐 내지는 대폭 인하가 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향후 한미간 협상 과정에서 미국과 타국 협상 진행 상황도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협상의 과정 및 결과에 있어서 한미 양자 간 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과의 협상 구도가 상호 간 영향을 미치는, 소위 ‘복합 방정식’에 놓여있다는 판단에서다.
여 본부장은 “트럼프 1기 때는 우리가 한미 FTA 개정을 제일 먼저 하다 보니 한미 양국 관계만 신경 쓰면 되는 상황이었지만, 현재는 20여 개국들이 동시에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미측에서는 글로벌 통상 체제를 구조적으로 개편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서 “많은 국가들이 합의에 근접했다고 생각되는 순간마저도 롤러코스터 같은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협상이 끝난 이후까지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경계감을 드러냈다.
한미 양측의 협상 과정에서 민간 기업의 대미 투자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떠올랐다. 여 본부장은 “기업들은 이미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고민과 준비를 해왔고,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공동의 윈윈을 달성할 수 있을지 업계와 긴밀히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참여 및 농산물 관세도 협상의 막판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등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도 최대한 막겠다는 계획이다. 여 본부장은 “LNG 사업은 아직 관련 기초 자료가 부족해 법적 구속력 있는 약속이 어려우며, 미국도 이를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봤다. 또한 “농산물의 경우 전략적으로 보호할 것과 유연하게 접근할 것을 구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여 본부장은 “우리는 한미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을 통해 소위 제로섬의 프레임에서 상호 이익의 포지티브섬 전략으로 바꾸기 위한 전략적 제안을 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20여 일 남은 기간 실용주의적 국익 극대화에 방점을 두고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