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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공작기계 품었던 MBK, 日마키노 인수 초읽기…‘국가핵심기술’ 유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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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기자I 2025.07.18 10:00:00

정보 역류 통한 산업 주권 훼손 우려
정부 “외국기업 해외 M&A 개입 여지 없어”

[이데일리 김영환 김형욱 기자]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일본 공작기계 기업 마키노 밀링 머신의 인수를 위한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국내 공작기계 업계에 미칠 여파가 주목된다. MBK가 불과 3년 전까지 한국 최대 공작기계 제조사였던 DN솔루션즈(옛 두산공작기계)의 최대주주였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의 전략 정보 유출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MBK는 지난 6월 3일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사 마키노의 발행주식을 주당 1만 1751엔에 전량 매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마키노 이사회는 MBK 측 제안을 수용하며 모든 주주에게 매각을 권고한 상태다.

마키노는 연매출 약 2300억엔(2조 1533억원), 직원 약 4700명 규모의 일본 대표 공작기계 제조업체다. 특히 항공우주 및 고정밀 금형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 세계 공작기계 시장에서 약 6~7%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MBK가 지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 공작기계 기업인 DN솔루션즈의 100% 지분을 보유했던 단독 대주주였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DN솔루션즈는 MBK의 경영 참여 하에 주요 전략을 수립했다. 이 과정에서 MBK는 DN솔루션즈의 제품군 구성과 해외 영업 전략, 고객 포트폴리오, 연구개발(R&D) 방향 등 기업 경영 전반에 걸친 내부 사항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작기계는 항공, 반도체, 방산 등 전략 산업의 근간이 되는 설비”라며 “이와 관련된 기술과 고객 정보, 산업별 수요 구조 등은 사실상 산업 안보 자산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 및 매각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다. 하지만 MBK의 마키노 인수에 대해 업계의 우려가 나오는 데에는 과거 MBK가 두산공작기계를 중국에 넘기려 했었지만 DN솔루션즈의 ‘고정밀 5축 머시닝 센터’가 국가핵심기술로 분류되면서 인수가 무산됐던 전력이 있어서다.

특히 DN솔루션즈의 최대주주였던 MBK가 인수를 추진하는 마키노는 DN솔루션즈와 북미·아시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DN솔루션즈는 미국 시장에서 25%의 매출을 기록하는 것을 비롯해 유럽(34%), 아시아(23%)에서 고른 매출을 보이고 있다. 마키노는 아시아(43%)와 미국(27%)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양사는 항공,반도체, 금형 가공 장비 등 고정밀 시장에서 정면 경쟁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MBK가 일본의 경쟁 업체를 인수한다는 사실은 단순한 외국계 펀드의 수익 실현이 아니라 산업 전략 정보의 타국 이전이라는 구조적 위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DN솔루션즈 내부 정보가 일본 경쟁업체로 흘러 들어갈 수도 있다는 의혹은 단순하게 민간자본의 인수합병(M&A)이 아니라 국가적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안성훈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고가장비 위주의 제품을 보유한 마키노가 장비의 가격을 낮춰 DN솔루션즈가 우세를 나타내는 시장을 잠식하는 전략을 사용한다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라며 “국내 경쟁사의 가격 및 성능 전략을 아는 장점이 마키노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본 기업을 인수하는 건이라 우리나라 정부가 어떤 개입을 할 수 있을지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당국도 이 같은 동향은 인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론 관여할 방법이 없다. 정부는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에 대한 해외 인수합병이나 국외유출을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MBK파트너스가 DN솔루션즈를 인수한 2016년 당시엔 DN솔루션즈 기술이 국가핵심기술 지정 전이었다. 현 시점에선 국내 기업과 무관하게 외국계 사모펀드가 제3국 기업 인수를 추진하는 건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외국기업의 해외 M&A에 우리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며 “해당 사모펀드가 과거 한국 기업 소유 때의 규정위반 정황이 있다면 간접 대응이나 조사는 가능하겠지만 실효 있는 대응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MBK 측 관계자는 “공작기계 내에서도 마키노가 중점을 두는 사업영역과 DN솔루션즈가 강점을 보이는 분야가 다르다”며 “근거가 없는 우려”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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