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는 기원전 509년 공화정 출범 이후 이탈리아반도 여러 부족들을 통합하며 세를 불렸습니다. 지중해를 ‘우리 바다’ (Mare Nostrum) 이라고 불릴 만큼 지중해를 감싸고 있는 영토를 하나하나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여느 고대 국가들의 방침과는 전혀 다른 방침으로 세력확장을 했는데, 그것은 바로 ‘관용’(Clementia)이었습니다.
고대 그리스는 특유의 폐쇄성으로 인해 발칸 반도와 에게해까지만 그들의 세력을 유지하는데 급급했었습니다. 지금의 프랑스 지역인 갈리아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부족민 형태였던 그들은 기원전 1세기에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그 유명한 갈리아 침공 당시 단 한 번 부족들끼리 대대적으로 동맹을 맺고 베르킨게토릭스라는 유능한 지도자의 통솔하에 알레시아에서 싸웠지만, 그마저도 부족 간의 알력다툼 때문에 최대 역량을 끌어내는데 실패했고, 결국 로마에 동화되는데 이르렀습니다.(이후 갈리아 지방은 기원후 4세기까지 로마의 충실한 일원으로 끝까지 남았습니다.)
이렇듯 로마가 패권을 확립한 지역은 로마의 통치를 큰 저항 없이 받아들였다. 반란이나 끝내 저항으로 로마를 거부한 이들은 게르마니아 지방의 게르만족, 그리고 팔레스타인 지역의 유대족 정도입니다. 게르마니아는 제2대 황제 티베리우스가 ‘포기’를 선언했기에 망정이지 지속적으로 정복 활동을 벌였으면 게르마니아도 로마에 병합되었을 것이라는게 학계의 정설입니다. 유대 민족은 민족주의 성향뿐만 아니라 그들이 믿는 유일신 종교가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디아스포라’(유대 민족을 강제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쫓아냄)를 시전함으로 유대 지방을 강제로 복속시킨 바 있습니다. 그 외 나머지 방대한 지역은 로마의 통치 아래에 머물렀으며, 그들의 로마제국에서 이탈은 외세 침탈에 의해서였습니다. 이는 로마의 ‘열린 국경’, 그리고 현지인과 이민자들을 적극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사회에 융화시키는 정책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그때 당시 로마제국의 강역에는 로마의 영향이 깊게 뿌리박혔으며, 유럽 전역에 로마인들의 문화가 깊숙이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로마의 오현제 중 한 명인 트라야누스 황제는 로마 태생, 심지어 이탈리아반도 태생이 아닌 이베리아(스페인) 속주민 출신이었고, 세베루스 황제는 북아프리카 태생이었지만, 이들 모두 ‘로마인’이었으며, 제국의 신민들은 이들을 두말없이 황제로 인정하고 따랐습니다.
이렇듯 포용과 관용이 로마제국을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물론 모든 나라는 번영과 쇠퇴를 반복하기 마련이지만, 로마처럼 자그마치 천 년간 번영하고 또 전 유럽에 유산을 남긴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미국은 어떤가요? 메이플라워호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이래로 미국이란 나라는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지금의 초강대국으로 번영해왔지만, 갑자기 이민자들을 추방하고 불법 이민자들을 색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하락세에는 제조업의 몰락이 한몫합니다. 한때 미국의 제조업을 이끌었던 디트로이트는 죽은 도시가 되었으며, 광산으로 유명한 웨스트버지니아는 유령화된 도시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제조업 등 궂은일을 도맡아서 할 사람들, 즉 ‘블루칼라 워커’들은 바로 이민자들입니다.
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은 지금 승자의 혼미를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혼미가 필요 이상으로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결코 부정할 수 없습니다. 트럼프 당신은 강한 아메리카, 강한 리더십을 제창하고 있지만, 러시아와 중국의 견제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미국은 세계 최강이 아닙니다. 고대 로마처럼 포용과 관용을 다시 내세우는 것이 진정한 ‘American Value’이고, 그것만이 미국이 이 쇠퇴를 타개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진정한 강국이 되려면, 바로 2천 년 전 로마처럼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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