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4조 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8일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2분기(10조 4400억원) 대비 반토막에 그친 수준이다. 전년 동기 대비 55.94% 감소했다. 이전 분기인 올해 1분기(6조6900억원)와 비교해도 31.24% 쪼그라 들었다.
이번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6조1833억원)보다 25% 이상 줄어든 수치다. 최근 반도체 부진이 도드라지며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는 갈수록 하향 추세를 보였다. 분기 영업이익은 2023년 4분기(2조8247억원) 이후 처음 5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2분기 기준으로 보면 2023년 2분기(6685억원) 이후 2년 만의 최저다.
올해 2분기 매출액은 7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했다. 전기 대비로는 6.49%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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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미국이 첨단 인공지능(AI) 칩을 두고 중국에 제재를 가하다 보니, 판매를 확대하지 못한 영향도 받았다. 미국 정부는 양자 컴퓨팅과 차세대 반도체 등 최첨단 기술의 중국 수출 통제를 시행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중국에 따른 통제는 더욱 심화했고, 엔비디아가 성능을 낮추며 만든 대중 수출용 AI칩인 H20에도 추가 규제를 가했다.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이 더욱 심화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에도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5세대 HBM3E 12단 제품이 ‘큰 손’ 엔비디아의 퀄(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했다. 1분기 전체 실적을 견인했던 스마트폰마저 비수기 여파에 주춤했다. 반도체 사업이 부진이 이어지면서 관세, 원·달러 환율 하락 등도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사업은 개선된 HBM 제품이 고객별로 출하가 진행 중”이라며 “하반기부터는 수익성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비메모리사업 적자 규모 역시 수익성에 악영향을 줬다.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가 2조원 내외의 적자를 낸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추정한다. 비메모리 사업도 첨단 AI 칩에 대한 대중 제재로 판매 제약을 겪었다. 라인 가동률 저하가 지속하면서 실적이 감소했다.
2분기 DS 영업이익 전망치는 2조원 내외로 점쳐진다. 구체적인 부문별 영업이익은 이달 말 실적발표를 통해 밝힐 예정이다.
다만 2분기 실적을 바닥으로 하반기에는 반등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비메모리 사업에서는 가동률 개선에 따라 하반기 점진적인 수요 회복을 통해 적자 폭을 축소할 것이란 예측이다. 메모리사업부도 엔비디아에 HBM 공급을 확대하며 실적 반등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오는 9일 공개할 폴더블폰 갤럭시 Z폴드7·플립7에 대한 기대감 역시 높다.
김용석 가천대 석좌교수(반도체교육원장)는 “삼성전자는 6세대 HBM4에서 승부를 봐야 할 것”이라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도 3나노 공정부터 시작해 서서히 수율을 끌어올려야 2나노 공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반기에는 긍정적인 흐름이 보여진다”고 전망했다. 이어 “결국 빠른 시일 내 기술 경쟁력 통해 반등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