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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 원전 300기 신규 건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원전 관련 행정성명은 총 4건이다. 원자력규제위원회(NRC) 개혁과 에너지부 내 원자력에너지 관련 연구 개혁, 연방정부 토지 내 원전 건립 추진, 미국 내 우라늄 채굴 및 농축 확대 명령이다. 강화된 자국 원전 규제가 원전산업을 약화했다고 보고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원전 건설의 원조격 국가이지만 최근 그 명맥이 끊긴 상황이다. 1954년 시핑포트 원전을 시작으로 총 133기의 원전을 지었으나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지어진 원전은 2기뿐이다. 현재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총 97기가와트(GW) 규모의 원전 94기를 운영 중이지만, 1979년 이후 추진돼 완공된 원전은 2023~2024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보글 3·4호기뿐이다.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충격이 가셨을 무렵인 2012년 추진된 사업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로 원전사업 전반의 확대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 사이 미국 내 전력량 중 원전 비중은 17.8%(2024년 기준)까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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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상으론 실현 가능한 계획이다. 1950~1970년대에도 원전 133기를 상업운전하는 데까지 걸린 기간이 25년이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미국 원자력 산업은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었으나 마침내 ‘원전 르네상스가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을 장담할 순 없다. 그 사이 발전원으로서의 경쟁력이 약화했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연례 에너지 전망 보고서가 추산한 미국의 에너지원별 발전단가(LCOE)를 보면 원전은 1메가와트시(㎾h)의 전기를 만드는 데 190~284달러가 든다. 미국 기준으론 경제성을 확보한 대규모 태양광(29~60달러)이나 육상풍력(27~54달러)는 물론 석탄화력발전(92~210달러)이나 천연가스 화력발전(45~228달러)보다 비싼 에너지원이 된 것이다. 미국에선 대량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을 빼면 원전이 경제적으로도 실익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7년 VC 서머 원전 프로젝트가 90억달러의 막대한 손실과 함께 중단되고, 2023년 누스케일의 미국 내 첫 SMR 상용화 프로젝트가 중단된 배경에도 미국 내 엄격한 규제와 함께 경제성 악화가 있었다. 미국은 공공 주도로 이뤄지는 한국 전력산업과 달라 민간 발전기업이 상업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어야 사업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테라파워, X에너지, GE히타치, X에너지, 홀텍, 오클로(Oklo) 등 다수의 SMR 기업이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SMR 상용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만큼, 트럼프의 규제 완화와 맞물려 시너지를 낼 가능성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규 원전의 인허가 기간을 18개월 이내로 단축시킨 만큼, 이들 프로젝트에 속도가 나서 수익성도 함께 개선될 수 있다. 인공지능(AI) 보급 확대로 대량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다는 것도 미국의 원전 르네상스를 뒷받침하는 배경이다.
韓 기업 참여 기회 늘어날듯
미국의 원전 르네상스가 현실화한다면 한국 원전기업의 참여 확대도 기대된다. 미국엔 이미 웨스팅하우스란 대형 원전 기업이 있고 SMR 선도기업도 다수 있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처럼 K-원전이 직접 프로젝트를 맡아 수행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이들 기업과의 협력을 토대로 공급망 전반에 참여할 기회는 획기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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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발표에서) 주목할 점은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 착공이라는 대담한 목표를 제시했다는 것”이라며 “실현된다면 국내 원전 밸류체인에는 그동안 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내 신규 원전 건설을 하려면 한국 기자재 공급망과의 협력은 필수”라며 “미국 내 원전산업의 무게중심이 SMR로 옮겨가더라도 한국 원전 공급망의 수혜 폭은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