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10일 “이 대통령이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 이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했다”고 밝혔다. NSC 전체회의는 대통령이 직접 의장을 맡는 최고위 외교·안보 회의체다. 정례적 업무보고와 더불어 한미 간 통상·안보 연계 전략이 심도 있게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국 측이 고율 관세 부과를 포함한 통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은 방미 직후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협상 보고를 받은 뒤 ‘투 트랙’ 방식의 대응에 무게를 두고 전략 수립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 한미 정상회담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물밑 접촉을 유지하는 한편, 정상회담을 견인할 수 있는 ‘협상 패키지’를 정교하게 조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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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실장은 전날 귀국 브리핑에서 “통상·투자·구매·안보 전반을 하나의 패키지로 보고 협의를 제안했다”며 “동맹의 최종 상태(end state)까지 고려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이를 두고 “한국 측이 단일 이슈 대응에서 벗어나 포괄적 협상을 통해 협상력 제고를 노리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안팎에선 통상 분야에서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는 핵심 카드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가스관 사업 참여 △미국산 LNG 대량 구매 △조선업 협력 확대 등을 거론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해상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 부문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최대 해외 투자국’이라는 점을 내세워,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산업 협력 강화를 위한 상호 보완적 구도를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협상의 무게추는 단연 안보로 이동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국면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문제를 다시 꺼내든 상황에서, 한미 방위비분담금 증액 요구는 물론, 주한미군 규모 및 미군 재배치 이슈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국방비 지출 확대 요구 역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 ‘프리덤 에지’ 훈련 합의 예정
이와 관련 이날 미군 현역 서열 1위인 댄 케인 미국 합참의장이 방한해 김명수 합참의장과 회담을 가졌다. 미국 합참의장의 한국 방문은 2023년 11월 당시 찰스 브라운 의장의 방문 이후 1년 8개월 만으로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이다.
이날 회담에선 북한군 동향을 포함한 역내 안보 환경을 평가하고 한미동맹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북러 군사협력과 중국의 해상진출 확대 등에 따른 역내 불안전성 증가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확대 혹은 병력 감축, 동맹국 국방비 증액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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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번 회의에서 한국·미국·일본 3국의 다영역 훈련인 제3차 ‘프리덤 에지’의 9월 실시에 합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한미일이 수색구조, 미사일경보, 전략폭격기 호위 등 해상 혹은 공중에서 일회성 3자 군사훈련을 실시한 적은 있지만, 다영역 정례 훈련은 프리덤 에지는 작년 6월이 처음이었다.
이후 11월에도 2차 프리덤 에지가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실시됐다. 이때 한미일은 △해상미사일방어 △공중훈련 △해상공방전 △대해적 △대잠수함전 △방공전 △사이버방어 등 7개 훈련을 진행했다. 9월에 3차 프리덤 에지가 진행되면 10개월만에 실시되는 것으로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및 6월 4일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한미일 안보 협력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3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