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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왜 아직도 AI 혁명에서 뒤처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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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5.05.19 10:36:08

AI ''삼중고'' 시달리는 애플…올해 WWDC 기대 ''뚝''
AI 혁신 가로막은 뒤늦은 출발·폐쇄적 문화·완벽주의
경쟁사 대비 인색한 예산·내부 권력 갈등도 ‘발목’
AI 부진, 주가·미래 경쟁력에 직격탄…투자자 신뢰↓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애플의 폐쇄적인 조직·기술 생태계와 완벽주의가 인공지능(AI) 발전을 가로막았다.”

블룸버그통신은 18일(현지시간) 10년 전까지만 해도 AI 선두주자 중 하나로 꼽혔던 애플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등과의 경쟁에서 크게 뒤처지게 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사진=AFP)


AI 혁신 가로막은 뒤늦은 출발·폐쇄적 문화·완벽주의

AI 부문에 있어 애플이 뒤처지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개발을 너무 늦게 시작했다는 점이다. 2022년 말 챗GPT가 등장하면서 AI 혁명이 시작됐지만, 애플은 2023년 초까지도 AI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애플 실적 발표에서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AI와 머신러닝은 이미 우리 제품에 통합돼 있으며, 앞으로도 신중하게 구현해 나갈 것”이라는 모호한 입장을 유지했다.

그렇다고 애플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8년 구글의 AI 총괄인 존 지아난드레아를 영입하며 AI 혁신을 예고했다. 구글을 AI 분야 선두주자로 끌어올렸던 인물이었던 만큼 기대도 컸다. 그러나 7년이 지난 현재까지 애플의 AI 기술은 경쟁사에 크게 뒤처진 상태다. 2025년 5월 현재 시리는 “날씨를 알려줘”와 같은 수준의 기본 명령만 수행하고 있다. 맥락의 이해나 창의적 응답에선 챗GPT 등보다 2년 이상 뒤떨어진다.

애플의 폐쇄적 생태계가 AI 발전을 가로막았다는 분석이다. 사용자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대규모 데이터 수집을 꺼리고, 외부 협업보다 자체 기술 개발에 집중한 결과, 생성형 AI와 자연어 처리 분야에서 구글·오픈AI와의 격차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혁신의 아이콘으로 여겨졌던 애플의 하드웨어와 생태계 통합이 AI 분야에선 되레 투자자들의 신뢰를 약화시키는 장애물이 된 셈이다.

애플의 완벽주의적 접근 방식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애플은 지난해 6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AI 전략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화려하게 발표했지만, 지난 3월 이 계획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했다. 애플의 AI 전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내부 소식통은 “버그 수정에 실패해 기능을 처음부터 재구축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기존 시리에 대형언어모델(LLM) 기능을 얹는 방식에 실패했다는 얘기다.

이에 올해 WWDC에서 시리 업데이트 등과 관련해 별다른 언급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지 정리, 이모지 생성 기능인 젠모지,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 요약 등 애플 인텔리전스의 첫 기능들은 이미 출시됐지만, 대화형 시리 등 핵심 기능들은 2027년 iOS 20까지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다.

뒤늦게 대화형 시리를 출시해도 이달 알렉사+를 출시한 아마존 등 경쟁사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위험이 크다. 이에 애플 AI 부서 내에서는 “리더십 교체 없이는 기술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며 혁신적 리더십과 개방적 전략이 필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하드웨어 전문 기업’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문화적·기술적 전환이 시급하다는 요구다.

경쟁사 대비 인색한 예산·내부 권력 갈등도 ‘발목’

애플의 AI 지연에는 하드웨어와 예산 문제도 있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2023년 초 지안난드레아는 쿡 CEO에게 AI 개발용 칩 구매 예산 증액을 요청했다. 쿡 CEO는 처음에 예산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을 승인했지만, 루카 마에스트리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를 절반 이하로 삭감하고, 그 대신 기존 칩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라고 권장했다.

당시 애플의 데이터센터에는 5년 이상 된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약 5만 개 있었는데, 이는 MS, 구글, 메타와 같은 경쟁사들이 보유한 수십만개의 칩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수준이었다. 이로 인해 애플의 AI팀은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업체로부터 컴퓨팅 파워를 얻기 위해 협상해야 했다.

또한 애플 내부에서 시리를 감독하는 로비 워커와 소프트웨어 부문의 고위 임원인 세바스티안 마리노-메스 간 권력 다툼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내부 갈등은 AI 개발 방향과 리소스 배분에 혼란을 가져왔다.

애플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아직까진 많은 사용자들이 일상생활에서 AI의 잠재력을 ‘완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AI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기술 보급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블룸버그는 “여러 이메일에서 PDF를 찾거나 메시지에서 정보를 추출하는 등의 작업을 ‘수동’으로 하는 것은 머지 않아 다른 플랫폼에 비해 구식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짚었다.

AI 부진, 주가·미래 경쟁력에도 직격탄…투자자 신뢰↓

애플의 AI 부진은 주가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시리 2.0 등 주요 AI 기능 출시를 연기한다고 발표한 뒤 애플 주가는 하루 만에 10% 가까이 폭락했다. 당시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대비 15% 감소(4600억달러 증발)했다. 블룸버그의 ‘매그니피센트7’ 지수에서도 애플은 테슬라, 메타에 이어 최하위권을 기록 중이다.

애널리스트들은 “AI 경쟁력 부재가 아이폰 판매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각에서는 삼성(갤럭시 AI)·아마존(알렉사)처럼 외부 AI 기술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애플의 폐쇄적 문화가 이런 전략마저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꼬집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하드웨어 강점을 살리고 서드파티 개발자들이 킬러 AI 앱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며 “하지만 애플의 전통적인 폐쇄적 문화를 고려했을 때 이러한 변화가 실제로 일어날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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