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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은 3대 개혁 중 하나로 노동 개혁을 들고나왔고, 노동 개혁 핵심으로 ‘노사 법치주의’를 내세웠습니다. 노동시장에 만연한 ‘법 경시 풍조’(2023년 고용노동부 새해 업무보고 보도자료)를 바꿔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노든 사든 법을 잘 지키라는 것인데, 방점은 노동계에 찍혀 있었습니다. 2022년 11월 윤 전 대통령이 우리 사회 3대 부패 중 하나로 ‘노조 부패’를 거론한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노사 법치주의는 애초부터 개혁 과제가 될 수 없었습니다. 개혁은 이해당사자가 얽히고설켜 추진이 어려운 법 제정 또는 개정이어야 합니다. 연금개혁이 대표적이죠. 반면 법치주의는 이미 있는 법을 잘 지키라는 의미입니다. 노사 법치주의가 개혁 과제가 되려면 정부 말마따나 노동시장에 ‘법 경시 풍조’가 만연해야 합니다. 노조 부패가 우리 사회 3대 부패로 입증돼야 합니다.
정부는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12월 ‘노조 회계공시 시스템’ 구축을 지시했습니다. 노동계가 돈 관리를 제대로 안 해 우리 사회 3대 부패 조직으로 전락했다는 의미가 담겼죠. 그리고 고용노동부는 2023년 업무보고에서 ‘2023년을 공정과 법치의 노동개혁 원년’으로 삼겠다며 노조 회계공시 구축을 가장 먼저 앞세웠습니다.
이렇듯 노조 회계공시 제도는 노사 법치주의보단 노동계를 부패 집단으로 몰아세우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노동계 내에서도 부패한 곳이 있다면 법으로 처벌하면 되는 것을, 굳이 노동계 전체를 싸잡아 개혁 대상으로 내세운 거죠. 노조 회계와 관련한 제도가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노동조합법(제26조)은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결산 결과를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노동계가 노조 회계공시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김 후보자는 노조 회계공시를 폐지할까요? 그는 노사 자치를 강조한 다음날인 25일 노조 회계공시와 관련한 기자들 질문에 “노동계가 반발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반발하는 이유, (노조의) 90%가 (공시에) 참여한 이유를 잘 살펴보겠다”고 답했습니다. 노조 회계공시는 법을 바꿀 필요도 없습니다. 시행령만 고치면 됩니다. 노조 회계공시 존폐는 새 정부 노정 관계를 가늠할 척도로 작용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