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표는 디자인과 패션 분야에서 활동하던 2000년대 초, 삼청동의 한옥을 개조해 첫 ‘콩두’를 열며 외식 산업에 발을 들였다. 당시만 해도 ‘모던 한식’이라는 개념은 생소한 시도였다.
“당시에는 단순히 한옥을 활용한 예쁜 공간을 만들자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손님들이 음식과 공간이 주는 정서에 감동하는 걸 보면서, 음식이 단지 식사를 넘어선다는 것을 체감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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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한식이라는 표현은 있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전통의 본질을 현대적으로 번역하는 일입니다. 외국 음식이 소스에서 이야기를 하듯, 우리는 장에서 이야기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대표가 대중적으로 주목을 받은 계기는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국빈 만찬을 총괄하며부터다. 정부가 국내외 조화를 고려한 한식 메뉴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콩두’가 선택됐다.
“1946년생인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해 담근 간장으로 갈비 양념을 하고 싶었지만, 그해의 간장은 구할 수 없었어요. 결국 360년 된 씨간장을 전남 담양의 장인에게서 공수해 왔죠”
이후 파리, 밀라노, 하노이,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열린 국제 행사와 각국 대사관 주최 행사에서 ‘콩두’의 한식은 문화 외교 수단으로 지속 활용됐다. 모든 행사에서 메주, 간장, 들기름 등 주요 재료는 직접 가져가 조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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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명동의 호텔28에 입점한 ‘콩두’는 도시 한복판에서 전통적 미학을 실험하는 새로운 무대로 자리잡았다.
“해외 관광객뿐 아니라 국내 고객들도 한식에 담긴 스토리텔링에 점점 더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장(醬)과 발효, 공동체 문화를 한식 공간을 통해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심 속 역할이 분명하다고 봅니다.”
한 대표는 ‘한식은 사람 이야기’라고 말한다. 조리법이나 발효 기술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의 기억과 문화가 집약된 삶의 구조로 한식을 바라본다.
“예전엔 마을에 장독대가 있었고, 이웃이 장을 나누며 음식을 공유했습니다. 그 기억이 사라지면 음식의 의미도 줄어듭니다. 그래서 장을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는 식재료 설명에도 철저하다. 어느 지역의 장인지, 어떤 방식으로 숙성됐는지, 음식에 어떤 서사가 들어 있는지를 밝히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철학 없는 음식은 의미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장독대 옆의 오래된 종지 하나를 들어 보였다. 300년을 넘긴 씨간장이 담긴 그릇이다.
“이 간장은 시간이 만든 맛입니다. 저 역시 그런 시간을 담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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