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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로나 국내와 수출 제품이 다른 이유 [1등의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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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준 기자I 2025.05.17 10:00:00

세계 아이스크림 역사, 페르시아 원정부터 시작
韓 1920년대 일제강점기 아이스크림 유입 추정
1970년 부라보콘 등장하기까지 아이스케키 불러
아이스크림류, 아이스크림믹스류, 빙과, 얼음류 多
韓 ''아이스밀크'' vs 수출용 ''빙과''...식물성 메로나

“K푸드 어벤저스가 모였다.”

세계로 뻗어가고 세계가 주목하는 K푸드 탑티어 회사들이 직접 K푸드의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들려드립니다. 매번 먹는 거라 익숙하지만 실은 잘 모르는 우리 식품의 깊고 진한 맛을 맛볼 수 있을 겁니다. 김치(대상)-만두(CJ제일제당)-유산균(hy)-빵(SPC그룹)-제과(롯데웰푸드)-아이스크림(빙그레)-맥주(OB맥주)-두부(풀무원) 등 각 분야의 1등 회사가 이름을 내걸고 매주 토요일 [1등의맛]을 배달합니다. <편집자주>⑥

[빙그레 식품연구소 이충민 냉동연구1팀장] 최근 바둑을 소재로 개봉한 영화 <승부>를 봤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바둑의 고수(高手) 조훈현 9단과 그의 제자 이창호 9단의 실화를 찾아보면서 숫자 하나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23년. 조훈현이 1983년부터 1990년, 이창호가 1991년부터 2006년까지 두 국수는 바둑 종주국인 중국을 제치고 23년 동안 연이어 바둑 세계랭킹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사진=빙그레)
“격식을 깨지 않으면 고수가 될 수 없다” 조훈현과 이창호가 세계랭킹 1위를 자리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본인만의 기풍을 유지하면서 변화에 대한 시도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간식으로 인식됐던 아이스크림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아이스크림도 서툰 제조 방식과 오해를 거친 후 변화의 시간을 지나 지금은 세계 무대에 도전하고 있다.

내가 몸담은 빙그레는 K아이스크림의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누군가는 짧은 우리나라 아이스크림의 역사를 생각해 글로벌 수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 세계 아이스크림의 역사는 길다. 기원전 4세기경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 원정에 병사들을 위해 높은 산에서 얼음을 운반해 과일즙을 섞어서 먹였다는 일화부터 로마의 네로 황제가 알프스의 만년설에서 얼음을 가져와 꿀을 타서 먹었다는 이야기까지. 아이스크림의 기원은 그만큼 깊고 길다.

반면 우리나라 아이스크림의 역사는 짧다. 각종 기록을 통해 1920년대 일제강점기 아이스크림이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1924년 이용기 선생이 발간한 한국의 요리책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는 설탕물에 계란, 크림, 전분 등을 섞은 후 얼음을 넣어서 얼린 뻬네라 아이스크림(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다는 흥미로운 기록도 있다. 이후 1970년 부라보콘이 등장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감미료와 향료를 넣고 섞어 막대기에 꽂아 얼린 것을 아이스크림 혹은 아이스케키라고 불렀다.

(사진=빙그레)
우리나라는 식약처 식품의 기준 및 규격의 ‘제5. 식품별 기준 및 규격’에 따라 빙과류의 품목유형을 크게 아이스크림류, 아이스크림믹스류, 빙과, 얼음류로 분류한다. 이처럼 사실 아이스크림이라고 다 같은 아이스크림이 아니다. 과거에 아이스케키, 하드로 불린 것들은 엄밀히 말하면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빙과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아이스크림류도 아이스크림, 저지방아이스크림, 아이스밀크, 샤베트, 비유지방아이스크림 등 성분 함량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된다. 복잡하지만 메로나를 예로 들면 이해하기 쉽다. 국내에서 메로나의 품목유형은 ‘아이스밀크’이다. 아이스크림류이면서 유지방분 2% 이상, 유고형분 7% 이상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반면 해외로 수출하는 식물성 메로나 멜론 맛은 ‘빙과’로 분류될 수 있다. 우유성분을 모두 제외하고 식물성 원료로 대체하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같은 빙과류 제품이라도 원료, 성분의 함유량 등에 따라 불리는 유형이 다르다.

국내 아이스크림 회사들은 세계 무대에 도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앞서 언급한 1992년생 메로나가 있다. 메로나는 현재 30여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산뜻하면서도 풍부한 멜론의 맛과 고유의 부드럽고 쫀득한 식감이 해외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메로나는 격식을 깨는 노력을 아끼지 않은 ‘K아이스크림’의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딸기, 망고, 피스타치오 등 국가별로 선호하는 맛을 개발해 수출전용 신제품을 출시하며 세계인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 시장의 비관세 장벽을 공략하기 위해 기존의 맛을 그대로 구현하며 빙과 유형으로 새롭게 개발한 식물성 메로나를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아이스케키에서 아이스크림, 그리고 식물성 메로나까지. 유럽과 미국 등 종주국의 아이스크림을 흉내 내던 시절은 지나갔다. 한때 아이스크림과 아이스케키가 동의어였던 ‘K아이스크림’은 이제는 본연의 색채를 고수(固守)하며 전 세계 곳곳에서 ‘승부’를 걸고 있다. 지나온 역사는 짧지만, 앞으로 오랜 기간 세계인의 입맛을 즐겁게 해줄 K아이스크림을 기대한다.

스웨덴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메로나 (사진=빙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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