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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LP·스타트업 한 시스템으로…'보고서 지옥' 끝내야 벤처 선순환"

송재민 기자I 2025.04.26 10:20:00

[마켓인]이성만 ''똑똑'' 대표 인터뷰
VC 대상 효율화 높이는 ERP 시스템
LP 실시간 출자 내역 확인 등 구현
스타트업 딜소싱 플랫폼 등 확장 가능성
"단순 ERP 넘어 벤처 정보 흐름 자체 바꾼다"

[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우리는 이 시스템을 통해 궁극적으로 벤처 시장의 선순환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기관투자자(LP)와 VC, 스타트업이 연결되어야 민간 출자도 더 늘어나고, 그래야 벤처 생태계가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으니까요.”

이성만 똑똑 대표가 서울 성동구 오피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똑똑)
벤처캐피탈(VC) 업계의 고질적인 비효율과 낙후된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사명감에서 탄생한 똑똑(Ddokddok). 지난 2022년 DSC인베스트먼트(241520)가 설립한 자회사인 똑똑은 LP(출자자)-VC-스타트업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전사적자원관리(ERP) 기반 SaaS 솔루션이다. 이성만 대표는 똑똑을 “단순한 툴이 아닌, 벤처 생태계의 운영 인프라”로 정의한다.

이 대표는 기술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에서 ERP와 AI 시스템을 설계해 온 전문가다. 티맥스소프트, KT DS 등에서 대기업 시스템 개발을 주도했고, 이후 금융권 AI 연구조직에서도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새로운 조직을 세우고 현장의 문제를 기술로 풀어내는 일에 자신 있다”는 그는, 이제 벤처 생태계 혁신에 도전장을 던졌다.

“보고서 하나에도 세 번 입력…정보 누락·오류 잦아”

이 대표는 인터뷰 초반부터 업계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VC들은 첨단 기술을 구현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정작 내부는 10~20년 전 수준의 시스템을 쓰고 있다는 것. 그는 “출자자의 요구에 따라 엑셀을 돌리고, 구글 폼으로 데이터를 받거나, 여전히 팩스로 결재서류를 주고받는다”며 “주먹구구식 수작업이 아직도 일상”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데이터 연결 부재와 활용도 저하다. 스타트업이 제공한 데이터를 VC가 다시 입력해 LP에 보고하는 이중, 삼중 작업이 비일비재하다. 보고서마다 포맷이 달라 수작업이 반복되고, 이 과정에서 정보 누락과 오류도 잦다.

똑똑은 이런 비효율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현재는 DSC인베스트먼트와 DSC인베스트먼트 계열 액셀러레이터인 슈미트가 직접 지난해 9월부터 똑똑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으며, 선착순 30여개사의 신청을 받아 연내 두 자릿 수 안팎의 VC가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정식 출시 시점은 오는 8월 1일로 예정돼 있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연결성과 효율성’이다. 스타트업의 데이터를 한 번 입력하면 자동으로 VC와 LP까지 연동되도록 설계됐다. 각 기관의 보고 포맷에 맞춘 출력은 물론, 전자결재 시스템, 실시간 투자 내역 조회 기능 등도 포함돼 있다. 특히 이 대표는 LP가 직접 로그인해 자신의 출자 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개인 출자자들은 자기 출자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며 “은행, 증권사에서는 당연히 제공되는 기능이 LP 시장에서는 전무했는데 똑똑은 이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최초의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은 준비됐다… 문화와 신뢰가 남은 과제”

이 대표는 이처럼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시스템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민간 출자 확대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실시간 보고 체계는 출자자의 신뢰를 높이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민간 자본이 VC 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생각에서다. 똑똑은 그 흐름을 만들기 위한 기술적 인프라를 제공한다.

이성만 똑똑 대표. (사진=똑똑)
물론 똑똑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현재까지 전자보고가 연동된 LP는 한국벤처투자 단 한 곳뿐이다. 특히 이들 기관이 대부분 공공기관 혹은 공공 성격을 띠는 만큼,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또 하나의 장애물은 똑똑이 DSC인베스트먼트의 자회사라는 점이다. 일부 VC들은 민감한 데이터를 경쟁사에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드러낸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운영 서버에 접근 가능한 인원은 극소수로 내부에서도 데이터 열람은 불가능하다”며, 기술적으로 철저한 분리와 보안 조치가 이뤄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는 DSC 외 다양한 주주 구성을 고려하고 있다”며 업계 신뢰를 위한 방안을 함께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100억 시장 넘어, AI 기반 벤처 인프라로

이 대표는 인터뷰 말미, 똑똑의 가능성과 시장 확장성에 대해 구체적인 그림도 제시했다. 그는 “현재 ERP 시스템 사용자 기준으로 보면 시장 규모는 연간 약 100억원 정도로 추정되는데 ERP를 사용하지 않고 수작업 또는 아웃소싱으로 운영하는 시장까지 포함하면 200억원 수준으로도 볼 수 있다”며 “앞으로 기능적 확장을 통해 2~3배 이상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타 경쟁사의 매출 데이터를 감안하면, 시장의 기본 규모는 이미 검증된 셈이다. 이에 따라 똑똑은 VC를 1차 고객군으로 설정하되, 향후에는 스타트업과 LP를 직접 지원하는 기능적 확장도 준비 중이다. 이 대표는 “아직은 VC 중심 시스템이지만, 스타트업의 운영을 지원하거나 딜소싱 플랫폼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AI 활용 확대도 계획 중이다. 그는 “현재도 일부 AI 기술이 적용돼 있지만, 앞으로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자동 생성하거나, 출자사별 요구에 따른 커스터마이징 기능 등으로 점차 AI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끝으로 “우리는 단순히 ERP 하나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시장의 정보 흐름을 바꾸고자 한다”며 “더 많은 LP가 보고를 받고, 더 많은 스타트업이 연결되며, 더 많은 민간 자본이 벤처 시장에 유입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기술을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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