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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소파에서 잡니다"…임대주택 강국의 충격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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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아 기자I 2025.07.10 06:00:00

■특별기획 ‘글로벌 젠지(GenZ) 리포트’ ④네덜란드
"친구 소파에서 3개월째" 네덜란드 청년 비극 시작 '집'
요리스 훅스트라 델프트공대 주거학 교수 인터뷰
청년층 75% 임대주택 거주…대기시간 평균 10년
순소득 대비 주거비 지출 40% 이상…韓보다 높아
"청년 주거 불안,...

[델프트(네덜란드)=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어제 또 집 구하러 다녔는데 150명이 몰렸어요. 임대료는 월 1800유로(약 288만원)인데 공부하면서 매달 그 돈을 어떻게 감당하겠어요. 친구 소파에서 3개월째 자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럴 수 있을까요.”

델프트공과대((TU Delft) 지구과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시트서 얀센(23)씨는 “언제 안정된 집을 구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주거불안은 네덜란드 대다수 청년들 삶을 옥죄는 굴레이자 미래를 꿈꾸지 못하게 하는 현실의 벽이다.

델프트 공과대(TU Delft) 도서관. (사진=백주아 기자)
지난 1일(현지 시간) 만난 요리스 훅스트라 델프트 공대 건축·도시환경학부 주거학 교수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청년 주거 위기는 세대의 문제”라며 ”인생에 대한 아무 계획을 수립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심각한 구조적 위기”라고 지적했다.

훅스트라 교수가 18~45세 청년 40명을 대상으로 생애 과정 심층 면접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네덜란드 청년층의 65%는 불안정한 주거 이력을 갖고 있었다. 청년층 75%는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타인과 주거공간을 나누는 쉐어하우스에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임시 계약을 맺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가소유자는 4명(10%), 부모와 거주하는 이들은 6명(15%)에 불과했다.

그는 “유럽 내에서도 손꼽히는 ‘임대주택’이란 강력한 시스템조차 청년층에게는 실질적인 접근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다.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청년들의 사회주택 대기시간은 평균 10년을 넘고 민간 임대는 비싸고 불안정하다”며 “대부분 청년들이 순소득의 4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는데 소득의 절반 이상을 쏟아붓는 청년도 20%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주거비 적정 비율(RIR) 30% 수준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네덜란드는 고질적 주택 공급 부족 문제로 대부분 청년들이 원치 않는 주거 이동을 단행한다. 주거 불안정이 청년들의 교육, 취업,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재앙에 가깝다는 게 훅스트라 교수의 평가다.

요리스 훅스트라 델프트 공과대((TU Delft) 건축·도시환경학부 주거학 교수. (사진=백주아 기자)
그는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일하는 대부분 청년이 도시 내 거주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장거리 통근을 감수하거나 아예 다른 도시로 이동을 감행하는 경우도 흔하다”며 “상대적으로 값이 싼 학생 주택에 거주하기 위해 졸업을 늦추는 학생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이어 “집 문제로 준비가 안 됐는데도 동거를 선택하거나 헤어진 연인이 집 때문에 함께 살 수밖에 없는 경우 관계가 나빠진 룸메이트와도 계속 살아야 하는 촌극도 벌어진다”고 덧붙였다.

훅스트라 교수는 주거 불안은 지속될 경우 삶의 다른 모든 영역의 불안이 연쇄적으로 제약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꼬집었다. 현재 네덜란드 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에 집중하고 있지만 청년층의 접근성 문제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고 평가했다. 특히 주택수당이나 모기지 이자 공제 등의 지원책이 마련돼 있어도 청년들이 직면한 장벽을 실질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미래 세대의 주인공인 청년 중심의 주거 정책에 초점을 두고 세대 간 주거 역량 격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정책 결정 과정에 청년들이 직접 참여하는 ‘성찰적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암스테르담시는 델프트 공대, 청년단체 ‘리벤 더 케이(Lieven de Key)’, 시민단체 ‘본 뜌이스 인 더 스타트(WOON thuis in de stad)’와 협력을 통해 청년 주거정책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이 과정에는 청년들이 문제 분석부터 해결책 모색, 정책 시행과 평가까지 전 과정에 참여한다.

델프트공과대(TU Delft) 건축학부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훅스트라 교수는 대안으로 ‘순환기금(revolving fund)’ 기반의 비영리 민간주택협회 모델을 제시했다. 이 모델은 수익이 발생해도 다시 공공임대 공급에 재투자되는 구조로 주거 문제 해결에 있어 지속가능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는 “단기적 보조금 지급이나 일시적 월세 지원보다는, 비영리 주택 협회를 통한 구조적 개입이 훨씬 실효성이 높다”며 “실제 네덜란드에는 시 소속 또는 준공영 형태의 협회들이 지역 내 공공주택 공급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익은 철저히 사회적 재투자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 주거정책의 우선순위 설정에 있어 단순한 무주택자 기준을 넘어 실질적으로 주거가 시급한 이들에게 먼저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통역 도움=안지우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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