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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혼자 사는게 마음에 걸리셨는지 아버지께서 ‘서울에 있는 상가를 주겠다’며 어머니가 계신 자리에서 직접 자필로 유언장을 작성해 주셨습니다. 저는 고마운 마음에 더 자주 찾아뵙고 부모님을 돌봐드렸습니다. 그러던 중 아버지께서 쓰러지셨고 이후 깜빡깜빡 기억을 잘 못하시더니 2년 전 초기 치매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아버지는 이후 요양원에서 생활하시다 최근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아버지 유언을 두고 문제가 생겼습니다. 큰오빠는 ‘3년 전 아버지가 오빠에게 상가를 주는 걸로 공증유언을 했다며, 제게 써 주신 유언장은 도장도 없고 날짜도 정확하지 않다’며 유언이 무효라는 겁니다. 아버지가 치매 진단을 받으신 것이 2년 전이긴 하지만 그 이전부터 증상이 있으셨는데, 큰 오빠에게 해준 공증 유언은 효력이 있는 건가요?
아버지가 제게 자필유언장을 작성해 주신 걸 어머니도 보셨고 유언장에 ‘2021년 5월’이라고 적혀 있고 아버지가 직접 지장을 찍으셨는데, 제가 받은 유언의 효력이 없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유언의 종류는 어떤 것이 있나요?
△유언에는 5가지 형식이 있습니다. 자필 유언,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녹음에 의한 유언,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 그리고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 다섯 가지입니다. 이렇게 민법에는 총 5가지의 유언을 정하고 있고 각각에 맞는 형식을 지키지 않으면 유언의 효력이 없습니다.
-사연자의 자필 유언장의 효력은 어떤가요?
△사연자의 오빠가 날짜와 지장에 대한 문제를 삼고 있는데요. 민법 제66조의 자필 유언의 규정을 살펴보면,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쓰고 날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날인과 관련해서 법원은 유언자의 날인에는 무인도 포함된다고 봅니다. 사연자의 아버지께서 지장을 찍으셨어도 유언의 효력은 문제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날짜는 다릅니다. 법원이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하는 것은 유언자의 진위를 명확히 하고 그로 인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입니다. 법에 정해진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무효라고 봅니다. 특히 연월만 기재되고 날짜의 기재가 없는 경우, 작성 일을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연자의 자필유언장의 경우에도 날짜의 기재 형식이 ‘2021년 5월’ 년과 월만 기재돼 있습니다. 민법에 정한 형식을 취하지 않아서 자필 유언의 효력이 인정될 수가 없습니다.
-사연자의 오빠가 받은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어떤 건가요?
△민법 제1068조가 정한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증인 2명이 참여한 공증인의 면전에서 유언의 취지를 기술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 낭독해서 유언자와 증인이 정확함을 승인한 후에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증인이 꼭 참석해야 하고 유언자가 공증인 앞에서 직접 유언 내용을 진술해야 합니다. 사연을 보면, 오빠가 받은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이 효력을 부인할 만한 특별한 사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빠가 공증유언을 할 당시, 아버지에게 치매 의심 증상이 있었는데요?
△유언은 유언자의 진위에 맞는 유언이어야 하므로 유언할 당시 치매 증상이 심각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유언의 효력을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은 치매 증상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유언을 무조건 무효로 간주하지 않습니다. 망인의 치매가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치매였고, ‘그렇다, 아니다’ 등 의사 표현이 가능했고, 공증증서 유언의 절차를 잘 따라 유언의 취지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의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면 그 유언장은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연의 경우에도 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할 당시 의사 변별이 어느 정도 가능하였고 의사 진술도 가능했다면, 이후에 치매 진단을 받은 사정만으로는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효력을 문제 삼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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