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사업 철수, 美 울프스피드 파산 신청
후발주자 中 침투에 백기…가격 3분의1로 뚝
'큰 손' 떠난 자리 누가 차지하나…경쟁 격화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이어 전력반도체마저 중국 기업들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대만 TSMC는 물론 ‘업계 1위’를 차지했던 미국 울프스피드도 중국의 저가 공세에 못 이겨 사업을 철수하거나 파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빠르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 속 이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 울프스피드의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 웨이퍼(사진=울프스피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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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질화갈륨(GaN·갠) 전력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을 접는다고 밝혔다. 2027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철수한 뒤 고수익 첨단 패키징 사업에 집중하겠단 전략이다. 기존 생산라인은 칩온웨이퍼서브스트레이트(CoWoS) 등 첨단 패키징 시설로 전환한다.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 웨이퍼 1위 기업인 미국 울프스피드는 실적 부진 여파로 파산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첨단 전력반도체로 각광받는 소재는 바로 SiC와 GaN 등 2가지다. 기존에는 실리콘(Si) 단일 소재였으나 두 가지 이상의 원소 화합물로 구성한 ‘화합물 반도체’가 높은 성능을 자랑하며 떠올랐다. 화합물 반도체는 고전압과 고온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전력효율도 높다는 강점이 있다.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우주항공 등 수요를 바탕으로 시장도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인포메이션(GII)에 따르면 전력반도체 시장은 2025년 568억7000만달러에서 2030년 723억4000만달러로 연평균 4.93% 성장할 예정이다.
유망한 시장인 만큼 중국 기업들도 공격적으로 시장에 침투하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대규모 설비 투자와 저가 공세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핵심 제품인 6인치 SiC 웨이퍼의 경우 가격을 3분의 1로 낮춰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렌드포스는 “울프스피드의 6인치 SiC 웨이퍼는 개당 1500달러에 팔렸지만 지금은 중국 기업들로 인해 500달러 이하에 팔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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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으로 인해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는 만큼 ‘큰 손’들이 떠난 자리를 누가 메우느냐도 관건이다. 미국 코히어런트, 일본 사이크리스털 등 울프스피드의 경쟁업체들이 점유율을 흡수할 수도 있지만 중국 기업들이 대폭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아직은 점유율이 미미한 SK실트론, LX세미콘 등 국내 기업들도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도 최근 들어 GaN, SiC 등 신소재 기반의 반도체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GaN과 SiC 소자 등 차세대 전력반도체를 ‘제3세대 반도체’로 부르며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R&D)에 엄청나게 힘을 쏟아왔다”며 “그 결과로 차세대 산업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