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068h
device:
close_button
X

韓에만 없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투자자 보호 vs 시장 통제[왓츠 유어 ETF]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이용성 기자I 2025.05.17 08:00:00

삼전 레버리지·인버스 ETF 홍콩 상장
고객 니즈 있는데, 규제에 가로 막혀
고속 성장 ETF 시장, 규제 일변도 고민해야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한국인 투자자들이 주요 타깃입니다”

홍콩 운용업계 2위인 CSOP의 고위 관계자는 최근 홍콩 증시에 삼성전자(005930) 싱글 종목으로 구성된 레버리지·인버스 ETF를 내놓으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국내 증시와 운영 시간이 겹치는 홍콩 시장에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종목 중 하나인 삼성전자 단일종목 ETF를 상장함으로써 자유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한 셈입니다.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사진=챗GPT)
‘레버리지의 민족’…美 ETF 시장 장악

해외 자산운용사들이 이처럼 한국 투자자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레버리지·인버스 ETF에 대한 이례적인 관심과 참여도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레버리지·인버스 ETF를 좋아하는 민족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룹니다. 지난 3월 미국에서 1600조원 규모의 자금을 굴리는 자산운용사 ‘아카디안’의 오웬 A. 라몬트 수석부사장이 주주들에 보낸 서한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그는 최근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등에 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이유는 한국 투자자들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올해 1월 아이온큐 3배 ETP가 청산되면서 서학 개미들 사이에서 곡소리가 났던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 지난 3월 한국은행이 “리스크 추구 성향이 과도하다”며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 등에 대해 경고했지만, 투자 양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실제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국 증시가 무너진 지난 한 달간 서학개미(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 2배 래버리지 ETF를 1억 8595만 달러 규모로 사들였습니다. 테슬라 주가 일일 변동률의 2배를 추종하는 TSLL의 한국 투자자 지분은 약 13억 달러로 전체 비중의 40.5% 수준입니다.

이렇듯 국내 투자자들은 싱글 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에 서슴지 않지만, 국내 증시에는 이러한 상품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규제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입니다. ETF는 주식형의 경우 10종목 이상, 채권은 3종목 이상 담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종목당 비중이 30%를 넘어도 안됩니다. 따라서 단일 종목 기반의 레버리지 ETF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규제에 발이 묶이다 보니 운용사들은 고객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우회적인 방식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례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ACE 테슬라 밸류체인 액티브’를 지난 2023년 출시했는데, 테슬라 2배 레버리지 ETF인 TSLL(20.77%), TSLT(6.40%), TSLR(5.34%)를 비롯해 테슬라(15.18%)를 바스켓에 담았습니다.

투자자 보호 vs 시장 자율…ETF 시장 방향 논의해야

당국이 이를 규제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표면으로 드러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투자자 보호’입니다. 고위험, 고변동 상품을 일반 투자자들이 너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단일 종목 레버리지나 인버스 등과 같은 성격의 상품을 투자하고 싶으면, 일반 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파생상품을 활용해서 거래하라는 입장입니다.

또한, ‘투자자 보호’ 이외에 이유로 펀드의 본질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다양한 자산의 분산 투자해 리스크를 낮추는 것이 펀드 본연의 역할인데, 싱글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 ‘펀드’가 그 본질과 목적 등에 부합하느냐에 대해 의문부호를 제기합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시장에 대거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이 다양한 정보와 데이터를 학습했고, 투자 역량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미국 등 글로벌 시장처럼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할 시기가 왔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선택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ETF 본연의 역할과 관련해서도 지나치게 좁은 관점에 바라봤다는 반론도 존재합니다. 투자자가 원하는 자산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금융 수단을 고민하는데에서 ETF가 시작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해 리스크를 낮추는 것이 ETF의 역할’이라는 주장은 다소 협소한 정의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ETF시장 규모는 불과 5년 만해도 52조원 수준이었지만, 코로나 이후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12월 말 기준 △2021년 73조원 △2022년 78조원 △2023년 121조원으로 고성장하고 있습니다. 전날 기준 200조원 시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규제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듬어갈 것인지 시장 참여자 모두가 고민해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