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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엑세스]트럼프 감세안과 재정적자 사이 위태로운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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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5.06.28 08:30:49

에릭 위노그래드 AB 선진시장 수석 이코노미스트

[에릭 위노그래드 AB 선진시장 수석 이코노미스트] 최근 미국 하원은 2025회계연도 예산안인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을 통과시켰다. 이는 예산 확정의 첫 단계에 불과하지만, 이번 법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재정 정책 우선순위를 다시금 드러내며 향후 협상의 기준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고질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미 경제의 현실을 고려하면, 미국의 재정 건전성에 있어 중대한 갈림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예산안의 핵심은 감세다. 2017년 제정된 ‘세금 감면 및 고용법’(Tax Cuts and Jobs Act)의 주요 감세 조항이 올해 종료할 예정인 가운데,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는 이를 연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법안이 시행되면 최대 4조달러에 달하는 재정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대한 상쇄책으로 메디케이드 등 저소득층 의료보험 축소, 친환경 프로젝트 관련 지출 감축, 복지 프로그램의 주정부 이관 등이 제시됐지만 실질적인 재정 상쇄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감세안의 구조는 향후 의회에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최종 법안은 상원의 필리버스터를 피하기 위해 조정 절차를 통해 추진될 전망이다. 이 절차를 통하면 단순 과반(51표)만으로도 통과가 가능하지만, 재정적자를 확대시키는 조항은 반드시 일시적이어야만 한다. 문제는 법안은 초기에 대규모 감세를 즉시 시행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이에 따른 영향을 향후 10년에 걸쳐 상쇄시키기 위해 지출 삭감 조항을 포함시켰지만, 차기 정부 기간인 2029년 이후로 미뤄놨다. 향후 수년간 재정적자가 크게 증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급증하는 이자 비용이다. 미 연방정부의 누적 부채가 증가하면서 이자 지출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향후 몇 년 간 미국의 부채 이자 비용이 매년 1000억달러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연간 총 이자 지출은 1조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미 국방 예산보다도 큰 규모이며, 국가 재정의 상당 부분을 이자를 갚는 데만 써야 할 상황이 도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은 이미 이러한 위험 신호에 반응하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50bp(1bp=0.0.1%포인트) 이상 급등해 현재 5%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금리 변동이 아니라 정부의 재정 운영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리가 높아지면 정부의 신규 채권 발행 비용이 커져 재정 운용에 더욱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재정 정책 기조는 재정 정상화와는 거리가 멀다.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 시행될 경우, 재정적자는 10년 내 국내총생산(GDP)의 8% 수준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를 되돌리려면 정치적으로 부담이 큰 증세와 지출 삭감을 병행하는 구조적 결단이 불가피하다. 지금과 같은 기조가 지속된다면, 미국의 재정적자는 더욱 심화될 것이고 그 대가는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를 맞닥뜨릴 수 있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정치권의 책임 있는 초당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 투자전략은 투자 참고자료이며, 해당 전문가의 투자전략은 당사의 견해와는 무관합니다. 또한 AB 내 모든 운용팀의 견해를 나타내지 않습니다.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특정 증권 및 상품의 매수·매도 권유, 투자 조언 또는 추천으로 해석되어선 안됩니다. 이 자료에서 언급한 어떤 전망이나 견해도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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