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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토막 거래에도 웃는 자산 있다” [0과 1로 보는 부동산세상]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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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애 기자I 2025.07.26 08:00:40

부동산 서바이벌, 바뀐 게임의 룰
‘PROPERTIES’ 키워드로 읽는 생존법

[문지형 알스퀘어 대외협력실장] 거래량이 반토막 났다. 어떤 건물은 입주율 50%도 채우지 못해 관리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어떤 빌딩은 0.1% 공실률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같은 시장, 같은 시기에 벌어지는 극과 극의 현실이다.

공사현장 모습(사진=알스퀘어)
알스퀘어 RA가 최근 발표한 ‘2025년 상업용 부동산 상반기 10대 키워드’는 이런 복잡한 현실을 ‘PROPERTIES’ 10개 단어로 해부해 담았다. 그 데이터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고금리 충격이 휩쓸고 간 뒤, 우리 상업용 부동산은 전혀 다른 룰의 게임을 시작했다. 승자와 패자가 칼같이 갈리는 선별의 시대다. 과거의 공식은 무효가 됐고, 새로운 법칙을 먼저 간파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그렇다면 그 법칙은 무엇인가. 데이터가 예고하는 2025년 하반기,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

위기 신호등은 여전히 깜박이고 있다

현실을 직시해보자. 일부 부문은 구조적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식산업센터다. 알스퀘어 RA 플랫폼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전국 지식산업센터 매매거래량이 직전 분기 대비 43.2% 급감했다. 거래금액은 44.8% 감소해 사실상 반토막 났다.

2020~2021년 저금리 기조 속에서 대체 투자처로 각광받으며 전국 곳곳에 난립했던 지식산업센터가 공실 지옥에 빠져 있다. 심지어 시행사가 전기료를 체납해 입주 기업들이 정전을 겪는 극단적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시장 조정을 넘어 금융권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로 번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물류센터 시장도 공급과잉의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2023년 상반기 수도권 A급 물류시설 공실률이 23%까지 치솟았던 충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특히 저온 물류센터의 경우 공실률이 39%에 달해 업계의 우려가 크다.

이러한 부분적 위기는 전체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서울 상업용 부동산 매매거래액은 2022년 고점 대비 2023년에 50% 이상 급감하는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였다. 급격한 수요·공급 변화로 시장 참여자들의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이다.

◇‘PROPERTIES’ 키워드가 말하는 것

알스퀘어 RA가 제시한 10개 키워드는 현재 시장의 복잡한 현실을 한눈에 보여준다. Prime(프라임 자산 강세)은 우량 입지 자산의 독주를, Rebalancing(시장 재조정)은 물류센터 등의 공급과잉 해소를, Optimization(효율화)은 기업들의 공간·비용 절약 노력을 의미한다.

Problems(구조적 문제)는 지식산업센터 부실 등 해결 과제를, Evolution(진화)은 웰니스 오피스·경험형 리테일 등 새로운 트렌드를, Rates(금리)는 통화정책 완화 효과를 지목한다. Turbulence(변동성)은 높은 시장 불확실성을, Initiatives(이니셔티브)는 정부·업계의 대응 노력을 가리킨다.

마지막으로 Expansion(확장)은 데이터센터 등 신규 영역 성장을, Strategies(전략)는 각 주체별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10개 단어는 위기와 기회가 뒤섞인 현 시점을 읽는 나침반이다.

◇그럼에도 회복의 새싹은 돋고 있다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선별적 회복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프라임 자산의 강인함이다. 서울 주요 권역의 프라임 오피스 공실률은 여전히 2.6%로 자연 공실률(5%) 이하의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강남권 연면적 6만㎡ 이상 초대형 빌딩의 공실률은 0.1%에 불과해 사실상 만실 상태다.

이는 우량 자산에 대한 수요가 경기 침체 속에서도 견고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자본은 안전자산으로 몰리는 ‘도피처 효과(Flight to Quality)’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금리 환경도 우호적이다. 한국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2.5%로 인하하면서, 그간 5%에 육박했던 고금리 충격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했다. 프라임 오피스의 수익률(캡레이트)이 4%대 중반 수준에서 형성되면서, 무위험 수익률 대비 적정한 위험 프리미엄이 회복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 지원도 주목할 만하다. 금융당국은 PF 부실 위험을 줄이기 위한 연착륙 방안을 가동 중이고, 국토교통부는 미분양·공실 해소를 위한 용도 전환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착공 지식산업센터 부지를 주택이나 상업용지로 전환하는 방안이 구체화되면, 공급 과잉 문제 해결과 주택 공급 확대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 부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부동산 시장 자체의 진화다. 전통적인 오피스·상가·공장 개념을 넘어 새로운 자산군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 선두주자가 데이터센터다. AI 시대 도래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해외 컨소시엄이 전라남도에 350억 달러(약 50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현존 최대 데이터센터의 3배 규모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클라우드 인프라 허브로 거듭날 잠재력을 보여준다.

업무공간의 개념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정착된 하이브리드 근무 문화는 전통적인 칸막이 오피스를 협업과 창의성을 촉진하는 웰니스 오피스로 바꾸고 있다. 기업들은 효율성을 위해 임차 면적을 줄이는 동시에, 남은 공간의 질적 향상에 투자하고 있다.

리테일 부동산도 e커머스 충격을 딛고 ‘경험형 리테일’로 재탄생하고 있다. 단순 상품 판매를 넘어 F&B, 엔터테인먼트, 체험 서비스를 결합한 복합 라이프스타일 센터들이 새로운 방문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선별적 전략이 생존의 열쇠

이러한 변화의 시대에 모든 시장 참여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명확한 전략이다.

투자자들은 ‘안전성과 성장성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 포트폴리오의 안전판으로 프라임 자산 비중을 확대하되, 구조적 침체에 빠진 자산에 대해서는 과감한 정리를 고려해야 한다. 동시에 데이터센터, 물류센터 등 신성장 분야에 대한 선제적 투자로 미래 수익원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개발업자들은 ‘위험관리 강화와 혁신 추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사업 기획 단계부터 보수적인 수요 예측과 플랜 B를 준비하고, 자기자본 비중을 높여 금융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동시에 단순 복제가 아닌 융합형 공간 창출로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여야 한다.

정책당국은 ‘거시 안정과 미시 조율’을 병행해야 한다. 경제 연착륙을 통한 부동산발 위기 차단이 최우선이지만, 지식산업센터 용도 전환, 도시정비사업 촉진 등 구체적 대안도 신속히 실행해야 한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경쟁력이다

결국 이 모든 전략의 핵심은 데이터에 있다. 감에 의존한 투자나 과거 경험만으로는 급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실시간 공실률, 임대료 동향, 거래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경쟁력의 원천이다.

알스퀘어와 같은 데이터 플랫폼이 제공하는 시장 인사이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고 기회 요인을 남보다 빨리 발견하는 것, 그것이 변동성 시대를 헤쳐 나가는 나침반이다.

2025년 하반기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 과거와 같은 전면적 호황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준비된 자에게는 선별적 기회가 열려 있다. 데이터를 무기로, 냉철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접근만이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이다.

문지형 알스퀘어 대외협력실장(사진=알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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