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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24일 펴낸 ‘할당관세 운용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할당관세 운용에 따른 세수 감소액은 약 1조 4301억원 규모로 추정됐다. 1년 전과 비교해 33.0%(3248억원)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할당관세 품목은 125개(정기 77개, 긴급 48개)로, 품목 역시 1년 전(117개)보다 8개 늘어났다.
할당관세는 가격 안정과 수급 불균형 해소, 국내 산업 보호 등을 위해 특정한 수입 물품에 대해 관세를 조정해 적용하는 제도다. 특정 물품, 일정 수량에 대해 기본세율보다 최대 40%까지 높거나 낮은 관세율을 적용할 수 있으며, 매년 사전에 정해지는 ‘정기할당관세’와 한시적으로 운용되는 ‘긴급할당관세’로 나뉜다.
지난해는 연초 사과·배 등 주요 과실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여름철 집중호우 등으로 인해 여름 제철 채소, 배추 등 농축산물 가격이 크게 뛰었다. 정부는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대체재인 바나나, 파인애플 등 수입 과일을 위주로 할당관세를 집중적으로 적용했다. 지난해 농산물 할당관세 품목은 72개에 달해 전체 품목의 약 57.6%에 달했다.
이처럼 물가 안정을 위해 관세를 낮추면 세수 결손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지난해 전체 관세 징수액 중 할당관세로 인한 세수 감소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5%에 달했다. 2020년 5.3%에 불과했던 것이 4년 만에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최근 5년간 세수 감소액은 연평균 38.9%씩 증가했다.
유통과정 거치며 효과↓…“유통구조 단순화해야”
그러나 막상 할당관세로 인한 농·축산물 가격 안정 효과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가 조세재정연구원을 통해 수행한 ‘2024년 할당관세 부과 실적 및 결과보고’에 따르면 바나나와 파인애플 수입 가격이 1% 하락할 경우 소매 가격은 각각 0.25%, 0.32% 내리는데 그쳤다. 망고 가격은 0.41% 떨어졌다. 해당 연구는 할당관세 지원 추정액이 100억원 이상인 17개 품목 중 14개 품목을 대상으로 효과를 분석한 결과다.
반면 나프타 제조용 원유 등 공업 제품은 할당 관세에 따른 가격 인하 효과가 비교적 컸다. 수입 가격이 1% 떨어질 때 1차 가공품의 국내 출고 가격은 0.92%, 생산자 물가는 0.6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판 제조용(-0.29%), 부탄 제조용(-0.34%) 원유 등의 출고가 인하 효과도 과일류보다 높았다.
특히 과일 등 유통과정은 할당관세 효과를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가격이 1% 하락할 때 바나나 도매 가격은 0.78% 떨어지지만, 유통 과정을 거치며 소매가격 하락률은 0.25%까지 낮아졌다. 파인애플 역시 도매 가격이 1.12% 떨어져도,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소매가격 하락률은 0.32%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할당관세 운용의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해 품목·세율 조정과 더불어 유통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예정처는 “일부 농산물은 국내 공급 여건, 유통구조 상 가격 인하 효과가 제한적이므로 유통 구조를 단순화하는 등의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물가안정 기여도 등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사후 평가 체계를 마련하고, 할당관세로 인한 세수 감소분을 조세지출예산서에 포함해 관리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 역시 유통 구조 개선을 위해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 법인 간 경쟁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물가 안정 대책’ 주문에 따라 새롭게 구성된 농식품 수급·유통구조 개혁 태스크포스(TF)도 관련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