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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조량에 따라 발전량을 달리하는 태양광은 이날 오전 9시 5분부터 오후 4시 20분까지 7시간여 동안 14~24GW의 전력을 공급하며 전체 수요의 15% 이상을 충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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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은 전력 피크 부담을 줄이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여름철은 통상 전력 피크가 연중 최대가 되는 만큼 발전소를 더 지어 예상 수요 이상의 공급능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개인·사업자가 자가소비 목적으로 가동하는 태양광이 늘어나면서 전력시장 내 전력피크 집계치가 크게 줄었다.
지난 9일 전력거래소가 공식 집계한 전력 피크는 오후 6시 35분의 93.3GW였으나, 시장 외 태양광을 포함한 실질적인 전력 피크는 오후 3시 50분의 101.1GW(추정치)였다. 태양광 보급 확대가 전력 피크 시점을 하루 중 가장 더운 낮 시간대에서 저녁 시간대로 옮기면서 전력 피크도 7.8GW 낮춘 것이다.
여름철 태양광의 역할은 더 커질 전망이다. 당국은 올 2월 확정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8년까지 태양광을 77.2GW까지 늘리기로 했다. 현재의 2.6배다. 지난달 출범한 이재명 정부도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이라는 방향성 아래 도심과 산단 중심의 태양광 보급 확대 공약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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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올봄엔 태양광 비중이 한때 40%를 웃돌며 다른 모든 발전원 운용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낮 시간대에만 가동하는 태양광에 맞춰 전체 전력 공급량을 조절하려면 다른 발전원을 껐다 커야 하는데, 원전은 물론 대형 가스·석탄 발전도 이 같은 잦은 운용 변화는 설비에 무리를 준다. 특히 제주에선 태양광 비중이 일시적으로 70%에 이르며 다른 모든 발전원을 일시 중단해야 했다.
전문가들은 날씨 영향이 큰 태양광 보급 확대에 맞춰 전력 시스템 전반을 손봐야 한다고 제언한다. 전력망 확충과 함께 에너지저장장치(ESS)·양수발전 등 전력 수급조절 설비 보급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를 고려해 ESS·양수발전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태양광 보급 속도에 뒤처지리란 우려가 있다. 지난 9일에도 4.7GW 규모의 양수발전이 낮 시간대 2.9GW의 잉여 전력을 저장했다가 저녁 시간대에 공급했으나, 그 양은 태양광 최대 발전 시점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태양광 확대에 맞춰 전력수요의 변화를 유도할 새 요금제도 도입 필요성도 나온다. 현재도 산업용 요금에 대해선 시간대별로 요금을 달리해 전력 수요는 없는데 원전은 계속 돌아가는 새벽 시간대 요금을 낮춰주고 있지만, 태양광 증가에 대비한 낮 시간대 전기사용 인센티브는 전무하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현재의 계절·시간대별 산업용 요금제는 원전에 맞춰진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확대에 맞춰 낮 시간대 잉여 전력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식으로 제도 전반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