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고소득 부부가 더 챙긴 '신생아 특례대출'…저소득의 5배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최정희 기자I 2025.06.27 05:00:00

연 7000만원 이상 56% 차지
4000만원 이하 저소득층 11%뿐
신청자 절반, 수도권에 내 집 마련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신생아를 키우는 무주택자에게 저금리로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주기 위해 설계된 ‘신생아 특례대출’을 저소득자보다 고소득자가 5배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12월부터 소득 요건이 완화된 이후 이러한 경향이 더 짙어졌다. 이들은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아 주로 수도권에 집을 샀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신생아 특례 대출액 3%는 연간 1.3억 이상 벌어

26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신생아 특례 디딤돌 대출 소득수준별 현황에 따르면 신생아 특례대출은 올 들어 5월까지 누적으로 1만 3506건, 3조 9701억원이 취급됐다.

신생아 특례대출에서 연소득 7000만원 이상, 소득 4·5분위가 대출 받은 건수는 7352건으로 전체의 54.4%를 차지했다. 금액으론 2조 2489억원을 기록해 56.6%로 집계됐다. 이는 올 1분기 가구소득 4분위 7900만원, 5분위 1억 4300만원을 기준으로 고소득자를 산정한 것으로 신생아 특례 대출에서 고소득자의 대출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작년 12월부터 신생아 특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소득 요건을 맞벌이 부부 기준 2억원 이하로 확대하면서 고소득자의 대출 비중이 늘어났다. 소득 5분위에 속하는 연소득 1억 3000만원 이상의 초고소득자의 대출 비중이 건수(305건)로는 2.3%, 금액(1140억원)으론 2.9%를 차지했다. 작년엔 금액 기준 0%대에 불과했으나 올해 3% 가량 껑충 뛰었다.

올 들어 5월까지 소득 1·2분위에 해당하는 연소득 4000만원 이하의 신생아 특례 대출 이용 비중은 건수(1717건)로는 12.7%, 금액(4324억원)으론 10.9% 차지하는 데 그쳤다. 저소득자 대비 고소득자의 신생아 특례대출 이용금액이 작년 4.7배에서 올해 5.2배로 높아졌다.

신생아 특례 디딤돌 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내 출생·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대환대출)가 주택을 구입할 때 HUG의 보증으로 최대 5억원까지 1.8~4.5%의 저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정책 상품이다. 이러다 보니 연소득 1억 7000만원 이상의 가구주가 3억원 가량을 신생아 특례를 통해 대환대출을 받기도 했다. 다만 올해부터 기준금리 인하기가 본격화한 만큼 변동금리가 유리해지는 상황이라 대환대출 비중은 금액 기준 작년 35.5%에서 24.4%로 하락했다. 신생아 특례 디딤돌 대출은 고정금리를 기준으로 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신생아 특례 대출은 출생률을 제고하는 취지이기 때문에 소득 요건을 과하게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올해부터 맞벌이 부부의 소득 요건을 2억 5000만원으로 확대하기로 한 후 시행을 유예했으나 이를 철회키로 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서도 제외돼 가계대출을 늘리는 주범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5월 누적 기준으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15조 5000억원 늘어났는데 4분의 1 가량이 신생아 특례대출에서 취급됐다.

챗GPT4.o, 달리3
신생아 특례로 빚내서 절반은 ‘수도권’에 내집 마련

신생아 특례 디딤돌 대출을 받은 가구주의 상당수는 수도권에 집을 샀다. 작년 수도권 대출 취급 건수는 1만 1829건으로 전체의 47%를 차지했고 금액(3조 6963억원)으론 53%를 기록했다. 올해도 비슷했다. 올 5월 누적으로 수도권에 6238건, 2조 818억원이 취급돼 각각 전체의 46%, 52%를 차지했다.

신생아 특례 대출을 받아 서울에 집을 사는 비중은 줄어들었다. 작년 신생아 특례대출로 서울에 집을 산 건수는 1987건으로 전체의 8%, 금액(7320억원)으론 11%를 기록했는데 올 5월 누적으로 보면 946건, 3740억원이 취급돼 각각 7%, 9%로 감소했다.

이는 신생아 특례 대출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 주택 기준이 9억원 이하, 전용면적 85㎡(읍·면 100㎡) 이하인데 서울 집값이 급등하면서 9억원 이하 짜리 집을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서울 아파트 거래 중 9억원 이하이면서 규모가 85㎡이하인 아파트 비중은 44.4%였는데 올해는 5월까지 38.6%로 줄어들었다.

민홍철 의원은 “신생아 특례대출이 수도권에 집중된 만큼 지역 간 격차와 실수요자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출산을 결심한 가정이 주거·금융 부담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제도 균형과 저출산 대응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