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원회와 기획재정부 간 미묘한 신경전 탓에 새 정부가 들어선 지 한 달이 넘도록 예산안 수정 편성지침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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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편성지침이 제때 마련되지 못한 이유는 기재부와 국정기획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부처에서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가 나오지 않아 수정 편성지침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한편, 국정위 안팎에서는 기재부의 비협조에 재정의 얼개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돌고 있어서다.
통상 정권이 바뀌면 예산안 편성 지침을 추가 배포하는 것이 관례다. 장미 대선을 치르고 집권한 문재인 정부에서는 지난 2017년 5월 9일 정부 출범 열흘 만에 예산안 편성 지침을 추가 통보했다. 윤 정부에서도 출범 사흘 만에 추가 지침을 내놨다. 그러나 이번엔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여가 넘도록 수정 편성지침이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윤정부의 예산안 편성 가이드라인으로 만든 예산안이 이 대통령이 이달 주재할 국가재정전략회 테이블에 그대로 오르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자칫 일선에서는 굵직한 국정과제 관련 예산만 새 정부의 철학을 담고, 세부적인 사업은 윤정부의 방향을 따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제는 윤정부에서는 긴축재정을 강조했고, 이재명 정부는 확장재정 기조를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한 예산 전문가는 “윤정부 당시 긴축재정 기조로 예산안을 짠 상태서 확장적 재정을 강조한 이재명 정부의 공약을 전부 반영하려면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각 부처에 하달한 수정지침이 없다면 굵직한 사업만 바꾼 표지갈이 수준의 예산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에 “기재부는 각 부처와 공약 등을 고려해서 새 정부의 예산에 맞게 편성 작업을 하고 있고, 아울러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기 위해서라도 ‘재량지출의 10% 삭감’ 등 지출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