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편의점도 최근 속을 끓이고 있다. 베이커리 자체브랜드(PB) 제품의 대부분을 제조하는 SPC삼립 시화공장의 물량이 끊기면서 당장 소비자들을 위한 ‘2+1’ 등 프로모션 계획도 중단했다. PB 제품 외에도 B편의점에 납품되는 SPC 양산 빵(공장에서 대량 생산해 유통되는 빵) 중 70여종이 지난 21일부터 공급 중단된 상태다. 특히 최근 인기인 ‘크보(KBO)빵’ 납품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소비자들은 물론 자영업자인 가맹점주들도 허탈한 상황이다.
최근 인명 사고가 발생한 SPC삼립 시화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국내 유통·식품업계의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사실상 국내 양산빵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SPC삼립의 생산 차질이어서 기업들은 물론 가맹점주·소비자들에게까지 여파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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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똥은 애꿎은 국내 버거 프랜차이즈 업계로 튀고 있다. 버거번의 경우 이익률이 크지 않아 SPC 같은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생산된다. 특히 버거번은 상온보관 해야 하는 만큼 유통기한이 짧아 해외 수입하기도 어렵다.
버거 프랜차이즈 업체 맘스터치는 지난 21일 SPC삼립으로부터 생산 차질 공지를 받고 24일부터 직영점의 배달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버거번 물량을 가맹점에 우선 공급하기 위한 조치였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현재 버거번 수급과 관련해 비상체재로 대응 중”이라며 “가맹점에 안정적으로 버거번을 공급하기 위해 다각도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거킹도 버거번 수급을 관리하기 위해 일부 메뉴에 한해 주문을 받지 않는 고육지책을 펼치고 있다. 예컨대 버거 메뉴에 따라 1~2시간 정도 주문을 닫는 식으로 소비자들에게 안내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물량 수급 모니터링을 강화 하고 있다”며 “완전 정상화되기 전까지 결품이 없도록 실시간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리아의 경우 계열사인 롯데웰푸드를 통해 일부 물량을 대체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브리오슈번을 공급받고 있는 KFC는 다른 공급처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편의점업계 상황도 심상치 않다. 양산빵을 판매하는 편의점에선 최근 베이커리류를 강화하며 소비자들을 유인해 왔는데, 제품 납품 자체가 줄어 당장 마케팅 활동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B편의점만 하더라도 베이커리 PB 제품 대부분을 SPC삼립에서 제조하는터라 단기간에 생산 다각화를 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2+1 프로모션 등도 중단되고, 인기 있는 크보빵의 경우엔 이날 SPC삼립의 생산 중단 방침에 따라 한동안 편의점에선 보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C편의점도 전체 60종 제품 중 30종 정도를 납품받지 못하고 있다.
SPC삼립은 국내 양산빵 시장의 절대강자다. 업계에선 SPC삼립의 점유율을 70~80% 이상으로 추정한다. 때문에 대규모 공급 차질이 있어도 납품 받는 업체들 입장에선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실제 국내 양산빵 시장은 SPC삼립, 롯데웰푸드 외엔 대부분 중소기업들이다. 때문에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상황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납품을 받는 업체들 입장에선 현재 SPC삼립 시화공장 재개와 관련한 정부 지침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양산빵 시장 자체가 독과점 구조여서 이런 문제가 터질 때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반복되는 사고로 애꿎은 프랜차이즈업체들과 가맹점주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