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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정부 특명…공정위 '피해구제기금' 신설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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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렬 기자I 2025.06.30 05:10:00

국정위, 공정위에 피해구제기금 설치 주문
과징금 재원으로 피해기업 적기 지원에 활용
입법 필수…과거 국회서 여러 차례 기금 설치 좌절
결국 기재부 ''동의'' 얻어야…"지금이 기금 설립 적기"

[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불공정거래를 한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을 피해를 본 기업에 자원하는 제도 도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 5년 밑그림을 그리는 국정기획위원회가 경제정책 슬로건인 ‘공정성장’ 실현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역할을 강조한 가운데, 그 일환으로 주문한 공정위 ‘피해구제기금’ 마련을 살피고 나서면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국정위, ‘피해구제기금’ 설치 주문

2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에서 나온 요청 사안들을 검토하고 있다. 해당 사안들이 추후 국정과제로 선정될 경우를 대비하는 취지다.

국정기획위 경제1분과 기획·전문위원들은 지난 20일 공정위 업무보고에서 ‘혁신생태계 구축을 위한 기술탈취 근절’과 ‘피해기업 실질적 구제를 위한 사건처리 신속화 및 기금 마련’ 등을 요청했다. 우리 경제의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공정경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그 주무부처로 공정위를 지목한 셈이다.

업계에선 기금을 통한 피해기업구제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공정위가 불공정거래 등 법 위반행위를 인정해 과징금 처분을 내리더라도 가해기업은 과징금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피해기업에 대한 재산상 피해가 장기간 방치되는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공정위가 징수한 과징금은 전액 국고로 귀속된다. 과징금에는 위반행위에 대한 행정상 제재금 성격에 더해 부당이득환수 요소도 포함된 만큼 피해기업 지원에 과징금을 활용해야 한다는 게 업계 측 주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9일 개최한 ‘과징금 활용, 피해 중소기업 지원 입법 토론회’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불공정거래 피해기금 설립으로 사전 안전망을 구축해 피해기업 도산을 방지하고 불공정거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 개정 필수…‘기재부 승인’ 문턱 높아

기금 설치를 위해선 입법이 필요하다. 국가재정법은 △부담금 등 기금 재원이 목적사업과 긴밀하게 연계돼 있을 것 △사업 특성으로 신축적인 사업추진이 필요할 것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재원조달과 사업추진이 가능할 것 △새로운 특별회계나 기금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 등을 기금 설치 요건으로 정한다.

이와 관련, 법상 요건을 모두 충족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박희경 재단법인 경청 변호사는 “불공정거래행위 피해자 구제 지원이라는 목적을 가진 기금을 신설해 목적 범위 내 다양한 지원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며 “불공정거래 행위 등 처분건수와 징수 과징금 총액을 연동해 다음연도 사업 계획을 수립하면 신축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해당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수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2021년 공정위가 징수한 과징금을 불공정거래행위 피해자 권익 증진을 위한 사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불공정거래 등 피해자 지원기금을 설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으나, 지난해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됐다. 김영주 전 민주당 의원 등이 2017년 발의한 중소기업 피해구제 특별기금을 조성하자는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도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됐다.

공정위 기금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기획재정부의 반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본적으로 기재부는 예산 외 별도 기금 편성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라며 “예산 문제에 대해선 기재부 목소리가 아주 크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 교수는 정권 초기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지금이 기금 설립의 ‘적기’라고 봤다. 그는 “기재부는 힘 있는 부처에서 추진하는 기금은 때로 문을 열어주기도 한다”며 “지난 정부 때 법무부에서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을 만드는 등 입법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 공약도 있고, 국정기획위원회 지적이 나온 현재, 입법 추진 동력이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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