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자금을 모은 곳은 KB증권(AA+)이었다. KB증권은 지난 2월11일 총 4000억원 규모 회사채 모집에서 3조10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이어 한국투자증권(AA) 2조9000억원, NH투자증권(AA+) 2조5700억원, 삼성증권(AA+) 2조3900억원, 미래에셋증권(AA) 2조1600억원 등도 2조원이 넘는 수요를 끌어모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로 위축된 투자 심리가 작년부터 살아나면서 올해 들어서는 완전한 회복세를 보이는 모양새다. 탄탄한 신용도를 기반으로 증권채에 대한 우호적 환경이 조성됐단 평가다.
|
HL D&I한라는 600억원 모집을 목표로 실시한 수요예측에 2120억원의 자금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1년물에는 1140억원, 1.5년물에는 980억원의 주문이 접수됐다. 공모채 시장에서 오버부킹에 성공한 것을 두고 HL D&I의 고금리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이 나온다.
HDC현대산업개발은 1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총 232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트랜치(만기) 별로는 2년물 700억원 모집에 1680억원, 3년물 500억원 모집에 64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2022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자본시장에서 모습을 감췄던 만큼 이번 수요예측 결과는 투심을 일정 부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
이달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강등된 롯데건설은 총 11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단 한 건의 매수 주문도 받지 못했다. 미매각 우려가 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짧은 만기에 고금리를 조건으로 내걸었으나 투자수요를 이끌지 못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라건설은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제시하며 소화를 이끌었지만 롯데건설은 신용등급 강등과 겹쳐 미매각을 기록했다”며 “건설업종은 기업별로 편차가 크기 때문에 각 기업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종 역시 부진했다. 효성티앤씨(298020)는 2월에 진행한 10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서 3년물 일부 미매각을 기록했다. 2년물 400억원 모집에는 1310억원을 모집했으나 3년물 600억원 모집에서는 300억원에 그쳤다.
유통업종에서도 일부 기업들이 미매각을 경험했다. 이마트(139480)는 총 3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7년물에서만 미매각이 발생했다. 7년물 500억원 모집에서 350억원만 모집되는 성과를 보였다. 신용등급 BBB인 이랜드월드는 지난달 1.5년물 600억원 모집에서 미매각됐다.
다만 유통 업종의 경우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예상되면서 하반기에는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유통업종은 경기 부양책에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이며 건설과 석유화학 업종은 여전히 우려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회사채 시장은 업종별로 양극화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고, 발행이 잘 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났다”며 “특히 2분기부터는 신용등급에 따른 금리 차이가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었고, 하반기에는 이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