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올해 물가가 2% 안팎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추경에 따라 소비 심리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점을 변수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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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이데일리가 통계청의 ‘6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에 앞서 국내 증권사 8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달 전년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은 2.1%(중간값)로 집계됐다. 전망대로라면 지난달(1.9%)보다 0.2%포인트 오른 수치다. 지난 3월과 4월 2.1% 수준을 이어가다 5월 1.9%로 소폭 하락한 바 있다.
지난해 연간 기준 2.3%에 달하던 물가는 지난해 4분기 1.6%로 저점을 기록한 이래 올 들어 2% 초반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한은의 예상 범위 안으로,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물가는 통상 전월 기준이 중요한데 이달 전년 동월 기준 물가가 상승한 점은 기저효과일 뿐, 국내 소비자물가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물가는 한 달 전과 비교해 보합일 것으로 예상됐다. 중동 지역의 분쟁 우려에 국제 유가가 상승세에 접어들었지만, 상반기 불안정했던 농축수산물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원화가 강세를 보이며 물가 역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엠피닥터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 1380원대에서 이달 말 1350원대로 내려온 상태다.
농축수산물 물가지수의 경우 지난해 12월 전월 대비 2.8% 증가한 이후 올해 1월 2.2%, 2월 1.7%, 3월 0.4% 등의 상승세를 이어가다 4월 들어서는 전월 대비 1.8% 감소하며 내림세로 돌아섰고, 5월에는 전월 대비 감소 폭이 2.6%까지 확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높아진 체감 물가에 최근 가공식품 가격까지 잇따라 오르자, 정부가 먹거리 물가 안정에 집중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레벨을 낮춘데다 서비스물가가 소폭 상승한 점을 제외하고는 농축수산물과 공산품 가격 등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계절적으로도 6월은 전월 대비 상승률이 낮게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달 중순 유가 상승은 7월 반영…연간 2% 수렴”
향후 물가 흐름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이달 중순 이스라엘과 이란 충돌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효과는 일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미국의 관세 정책 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은 우려로 남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중동발 리스크로 조기 진정으로 유가가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새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실시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에 따른 소비 심리 반등이나 주거비 상승은 물가 상승을 압박하는 요소로 손꼽힌다. 실제로 한은이 최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8.7로 5월(101.8)보다 6.9포인트 올랐다. 2021년 6월(111.1)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소비 반등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위원은 “내수 부진 장기화로 인해 수요 측 물가 압력도 제한적인 상황이나, 추경 등 신정부 정책 기대감으로 소비심리가 반등하고 있고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높아지고 있어 물가 상승 위험도 일부 상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생회복 지원금 등 추경이 내수 반등의 마중물이 될 경우 전월 대비 0.1~0.4% 범위에서 등락하고 있는 서비스 물가가 빠르게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향후 내수 회복이 빨라져 서비스 물가가 생각보다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연간 물가상승률을 2.0%(중간값)로 지난달과 동일하게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