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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송미령 장관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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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우 기자I 2025.06.30 05:00:00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9일 전북 부안군의 한 논콩 전문생산단지를 찾았다.(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한순간 ‘배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초대 내각 인선에서 송 장관의 유임을 결정한 후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에서도 비판이 잇따르면서다.

송 장관이 양곡법에 대해 ‘농망법(농촌을 망치는 법)’이라고까지 표현한 것을 복기하며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상식적이지 않은 인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 힘은 “본인 스스로 농망법이라고 거부권을 요청했던 송 장관이 정권이 바뀌자 ‘희망법’을 만들겠다는 건 21세기판 곡학아세”이라고도 꼬집었다. 진보당은 “비유하자면 일본 총독부 내각이 대한민국 정부 내각으로 유임된 것”이라며 사퇴를 요구했고, 농민 단체에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진보나 보수를 떠난 ‘실용주의’ ‘통합의지’를 보인 이재명 정부의 인선 철학이 무색해질 정도다. 정권·여당이 전면 교체된 상황에서 전임 장관이 유임된 사례가 처음인데다 송 장관의 과거 발언 수위가 센 탓에 여야 모두로부터 공세를 받는 모양새다.

양곡법을 대하는 송 장관의 표현은 비록 거칠었지만, 이후 그의 행보를 보면 농정 전체를 고려한 고민과 고뇌를 엿볼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양곡법 통과를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정부의 재정 부담 확대뿐만 아니라 쌀 공급 과잉이 고착화하며 자칫 농업 경쟁력까지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 장관은 이 같은 정부 입장만 고수하지는 않았다. 윤석열 정부 시절에도 그는 벼 재배면적 감축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 농가의 쌀만 매입하는 내용의 ‘절충안’을 내밀었고, 새 정부 들어서도 이를 들고 당정 협의에 나섰다. 그저 정권 입맛에 따라서만 정책을 이래저래 바꾸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관가의 어느 한 고위 공무원은 기자와 만나 “국민이 뽑은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 맞게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라며 “공무원 개개인이 본인 소신과 철학을 챙긴다면 국정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송 장관은 “표변(豹變)했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농정만을 생각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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