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금리 3년만에 최저…자금이탈 본격화하나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은행권 예금금리가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의 영향이다.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주가·집값 기대가 커지는 데다 9월부터 제2금융권의 예금 보호 한도까지 올라가 은행권 예금에서 자금 이탈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시내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9일부터 대표 정기예금 상품인 ‘KB스타 정기예금’ 기본금리(1년 만기)를 2.40%에서 2.15%로 0.25%포인트 낮춘다. 일반 정기예금과 국민슈퍼정기예금(고정금리형) 최고금리(3년 이상)도 2.40%에서 2.20%로 내린다.

IBK기업은행도 같은 날 정기예금 2개를 비롯해 정기적금 2개, 입출금식 2개, 판매종료 예금 상품 11개의 기본금리를 일제히 0.20~0.2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두 은행 모두 “한은 기준금리 인하와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SC제일은행과 NH농협은행도 지난 2일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20~0.30%포인트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지난 7일 기준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1년 만기)는 연 2.50~2.85%다. 약 한 달 만에 상단은 0.08%포인트, 하단은 0.25%포인트 떨어졌다. 기본금리는 2.15~2.55%로 상당수 상품이 기준금리를 밑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예금은행 정기예금(1년 만기) 가중평균 금리는 2.73%로 2022년 6월(2.73%) 이래 최저 수준이다.

은행권은 예금금리가 연일 하락하면서 예금 자금이 주식·코인·부동산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군다나 한은이 하반기 한두 차례 기준금리를 더 낮추면 금리는 더 내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증시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2일 기준 60조1886억원까지 불었다. 지난 2022년 6월 2일(61조6321억원) 이후 약 3년 만에 최대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하 기조가 지속되면 은행 입장에선 조달 비용을 고려할 때 예금 금리 인하를 막기 어렵다”며 “상대적으로 젊은 계층은 예금에서 돈을 빼 주식과 가상자산 등에 투자할 가능성이 크지만, 예금을 선호하고 이자로 생활하는 고령층의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