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목표한 4월 말~5월 초 추경안 국회 통과가 불발하면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발(發) 통상 리스크 대응과 산불 대응 등 ‘시급성’을 감안한 추경인 만큼 정치권의 대승적 협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
기재부 관계자는 “상반기부터 집행할 수 있는 시급한 내용들로 추경안을 편성했다”며 “다만 사업별 원인행위(계약 체결·보조금 결정 등)에 따른 지연은 다소 있을 수 있지만 올해 중 모두 지출 가능하다”고 했다.
이를테면 산불 피해를 본 이들이 살 곳을 마련하는 데는 드는 비용(임대주택 1000가구)이나 주택 복구 저리 자금, 내수 부진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공공요금·보험료 납부에 쓸 ‘부담 경감 크레딧’(연간 50만원)을 제공하는 방안 등은 당장 이재민과 취약계층에 지급할 계획이다. 이에 국회 통과가 지연될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이 떠안게 된다는 지적이다.
인공지능(AI)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와 반도체산업 인프라 지원 등에 쓰일 예산도 시급하다. 미국의 관세 전쟁에 따른 통상 리스크가 커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신속한 지원이 필수라서다.
이규봉 산업통상자원부 반도체 과장은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필요한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을 신속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고 그밖에 필요 예산들도 긴급성이 요구되는 것들만 이번 추경안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국회예산분석처가 분석한 역대 추경 편성 사례를 보면 정부안 제출 이후 국회 문턱을 넘는 데까지 가장 신속하게 처리된 추경안은 2020년 제4회째(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민생예산) 추경안으로 단 11일 소요됐다. 긴급성을 요구했던 민생 추경안으로 여야 이견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처리가 가장 늦었던 추경안은 2019년 추경으로 국회 통과까지 99일이 걸렸다.
이번 추경안 역시 시급성을 감안할 때 신속 처리와 예산 집행이 적기에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치권의 소모적인 논쟁으로 필수 추경의 집행이 늦어지면 산불 피해 지원이나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에 시급하게 줘야 할 돈을 못 주게 되는 것”이라며 “이번 추경은 말 그대로 시급한 곳에 써야 할 예산이기 때문에 정치권의 협조가 필요하다.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한 추경은 새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