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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 한국지하안전협회 회장은 “구체적인 수치는 아직 공식 조사결과 발표 전이라 밝힐 수 없지만 협회가 공용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구간의 지반조건과 지상 건물의 하중 등 입력치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중앙기둥부가 견딜 수 있는 하중 수준으로 당장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는 투아치 터널 공법을 적용해 시공 중이었다. 투아치 터널 공법은 중앙기둥을 세우기 위한 아치형 터널 하나를 먼저 뚫고 중앙기둥을 세운 후 양옆에 터널을 추가로 뚫어 확장하는 방식이다.
아치가 1개인 일반 터널은 위에서 누르는 힘을 둥그런 천장 구조물 전체가 분산해 받기 때문에 기둥이 없어도 버틸 수 있다. 반면 투아치 터널은 시공 과정에서 중앙기둥이 위에서 누르는 전체 압력을 전부 받아 낼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에 하중 예측에 대한 정확도가 보다 중요하다.
이번 신안산선 붕괴사건과 관련 정확한 원인은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일단은 중앙기둥에 가해진 측압으로 변위가 발생하며 붕괴 됐을 가능성에 힘이 실어지는 분위기다. 앞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입수한 최초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발생 전날인 10일 오후 9시50분께 투아치 터널 중앙 기둥이 파손돼 작업자들을 대피시켰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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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중 계산은 지반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에 붕괴 사고가 발생한 곳의 지질은 편마암과 석회암이 교호하며 외부 충격에 취약한 단층파쇄대가 존재하는 특성이 있다. 국내 한 토목업계 관계자는 “하중 계산에 앞서 지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일부 지질의 샘플을 가져가 판단하는데, 이 과정에서 오차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단층파쇄대가 존재하는 지질은 워낙 복잡한 구조여서 하중 계산 오류가 나기 쉬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관련해 감사원이 2023년 1월 공개한 광역교통망 구축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에 붕괴한 광명 신안산선의 경우 터널 시점으로부터 약 19㎞ 떨어진 구간에 암반이 부스러지는 등 일부 단층파쇄대가 존재해 지반 상태가 ‘매우 불량’ 상태인 5등급인데도 터널 설계에 인버트(지반 융기 등 지하 압력을 견디기 위한 필수 콘크리트 구조물) 설치가 반영돼 있지 않은 것이 지적되기도 했다.
설계뿐 아니라 현장에서 시공 품질과 계측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역시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하다. 한국지하안전협회 관계자는 “시공 과정에서 하중을 견딜 기둥의 크기가 설계대로 엄밀하게 맞춰졌는지, 철근 간격이나 콘크리트 두께 등 오차가 없었는지 등 검증이 필요하다”며 “또 현장에선 지반 형태 변질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현장 계측을 진행하는데 계측기가 오류가 난건 아닌지, 계측기 해석을 제대로 못 한 것인지 등 계측관리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번 신안산선 붕괴 사고가 발생하기 8시간 전 고용노동부는 사고 징후가 여럿 감지되며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에 작업중지권 행사를 권고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포스코이앤씨는 작업을 공사를 강행하며 사고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