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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금의 성격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상속 분쟁을 예방하고 공평한 유산 분할을 위해 필수적이다. 즉, 생명보험금은 상속재산분할협의나 유류분, 상속세, 기여분 청구 등에 모두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우선, 보험수익자가 따로 지정되어 있지 않거나 ‘상속인’으로만 명시된 경우, 보험금은 각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 인정된다. 이는 보험계약상 보험사고 발생과 동시에 보험수익자의 권리가 발생하는 것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상속형 즉시연금보험을 생명보험계약으로 보고, 즉시연금보험에서 지급하는 사망보험금을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9다300934).
반면, 보험수익자가 상속인이 아닌 특정인으로 지정된 경우, 그 보험금은 원칙적으로 상속재산이 아니다. 그러나 피보험자가 스스로를 수익자로 지정해 보험계약을 체결한 뒤 사망하여 상속인이 그 수익자의 지위를 승계한 경우에는 보험금이 상속재산으로 간주된다(대법원 2000. 10. 6. 선고 2000다38848).
그러나 이와 같은 민법상의 구분과는 달리, 세법은 과세정책상 상속인이 이득을 취하는 것을 상속재산으로 보아 포괄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민법의 해석과 다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8조 제1항은 보험수익자가 상속인인 경우, 보험금이 고유재산으로 인정되더라도 이를 상속재산으로 간주해 상속세를 과세한다. 같은 조 제2항은 보험계약자가 피상속인이 아닌 경우에도 피상속인이 실질적으로 보험료를 납부했을 때는, 피상속인을 보험계약자로 보아 상속재산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보험금의 귀속 관계와 상관없이 피상속인이 계약자 또는 보험료 납부자인 경우에는 해당 보험금이 세법상 상속재산으로 간주돼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헌법재판소도 민법상 보험금이 고유재산이라 하더라도, 경제적 실질상 상속과 유사한 무상 일시 취득 재산이므로 과세형평과 실질과세 원칙에 부합해 상속세 과세 대상으로 간주되는 것은 합헌이라고 했다. 즉, 상속세 신고할 때에는 생명보험금이 고유재산이므로 상속세가 과세되지 않는다는 입장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또한 보험금이 상속재산이 아니라 하더라도, 유류분을 침해한 특별수익으로 간주될 가능성도 있다. 피상속인이 상속인이 아닌 제3자를 수익자로 지정한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해당 보험금은 유류분 산정 시 증여재산으로 포함될 수 있다. 대법원은 제3자에게 보험수익자가 이전된 시점이 상속개시 1년 이내이거나,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 침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경우, 이를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으로 포함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22. 8. 11. 선고 2020다247428).
또한 중간에 제3자로 보험수익자를 변경하고 보험회사에 보험료를 납입하다 사망하여 그 제3자가 생명보험금을 수령한 경우에 관하여도 생명보험금을 유류분에 산정시 증여재산이 될 수 있다.
실제 실무에서는 피상속인이 상속인 중 일부만을 보험수익자로 지정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 경우, 그 보험금은 법적으로는 해당 상속인의 고유재산일 수 있으나, 다른 공동상속인의 입장에서는 불균형한 분배로 여겨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고등법원 등은 보험금을 공동상속인의 특별수익으로 보아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하는 판례가 다수 나오고 있다.
요컨대, 상속분쟁사건에서 어느 상속인이나 특정인이 생명보험금을 지급받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단순히 보험금의 귀속 여부만이 아니라, 계약의 내용, 수익자 지정 방식, 계약 시점, 보험료 부담 주체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민법상 고유재산이라도 세법상 상속재산일 수 있고, 유류분 산정 시 특별수익으로 판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한 상속과 분쟁 방지를 위해서라도 생명보험금의 성격에 대한 명확한 판단은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안다상속연구소장 △법무법인 안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