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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담합으로 얻은 이익, 손해배상 책임 감면 근거 못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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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5.07.20 09:00:00

위법행위 이득, 손익상계 불가…첫 법리 제시
담합 과징금·벌금 159억 손해, 책임 60%로 제한
경업금지 위반은 실질적 협력관계라며 부정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대법원이 이사가 법령을 위반한 행위로 회사에 어떤 이득이 발생했더라도 이를 손해배상 책임에서 공제할 수 없다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 방인권 기자)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휴대용 부탄가스 제조업체 A회사 주주들이 대표이사 C씨를 상대로 낸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와 피고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고 20일 밝혔다.

C씨는 1989년 A사 설립 당시부터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2000년부터는 같은 업종인 B사의 대표이사도 겸하고 있다. C씨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동종업계 회사 대표이사들과 9차례에 걸쳐 휴대용 부탄가스 가격을 담합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5년 이 가격담합을 이유로 A사에 과징금 159억6000만원을 부과했다. C씨와 A사는 각각 벌금 1억5000만원을 선고받아 확정됐다.

A사 주주들은 C씨의 담합행위로 회사가 과징금과 벌금을 지출하게 됐고, 이사회 승인 없이 동종업체 B사 대표이사를 겸직한 것이 경업금지의무 위반이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가격담합으로 인한 과징금·벌금 손해는 인정했다. 하지만 C씨가 A사와 B사 두 회사를 동시에 경영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하나의 사업자가 영업부문을 나누어 운영하는 것이므로 경업금지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봤다. 담합행위의 여러 사정을 고려해 C씨의 손해배상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2심도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가격담합으로 인한 손해 161억1000만원 중 60%인 96억66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경업금지의무 위반은 부정했다.

C씨가 담합으로 회사에 이익이 발생했다며 손익상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위법행위 억제 취지가 몰각될 수 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의 생각도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손해배상책임의 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이사의 법령 위반으로 인한 손익상계 문제에 대해 명확한 법리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회사는 기업활동을 하면서 범죄를 수단으로 하여서는 안 되므로, 이사가 회사의 업무를 집행하면서 고의나 과실로 법령을 위반한 경우 설령 그 법령 위반 행위로 인하여 회사에게 어떠한 이득이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이러한 이득을 손익상계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이사의 법령 위반 행위로 인한 회사의 위법한 이득 보유를 그대로 승인하고 그 범위 내에서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함으로써 오히려 이사의 법령 위반 행위와 회사의 범죄를 조장하고 손해배상 제도의 근본적인 취지에도 반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경업금지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두 회사의 지분소유 상황과 지배구조, 영업형태,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호나 상표의 사용 여부, 시장에서 두 회사가 경쟁자로 인식되는지 여부 등 거래 전반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그 결과 경업 대상 여부가 문제되는 회사가 실질적으로 이사가 속한 회사의 지점 내지 영업부문으로 운영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관계에 있다면 두 회사 사이에는 서로 이익충돌의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A사와 B사가 실질적으로 하나의 사업자로 영업부문을 달리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관계에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을 수긍해 C씨의 겸직이 경업금지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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