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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는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원자력의 평화적 용도 범위 내에서 일본에 준하는 수준으로 우라늄 농축 및 플루토늄 재처리 기술을 확보”하는 등 ‘핵 잠재력 강화’를 공약했다. 또한 “북한의 핵위협 가중 시 전술핵 재배치 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 공유를 한미 간 협의”하고 “핵 추진 잠수함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김 후보는 북한 비핵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남북간의 핵 균형을 강조하는 등 이전 윤석열 정부의 ‘힘에 의한 평화론’을 계승하고 있다.
외교정책과 관련해 이 후보는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 “중국·러시아 관계도 중요하기 때문에 잘 관리해야 한다”며 ‘실용적 외교·안보 강국’을 표방했다. 김 후보는 전임 윤석열 정부의 ‘가치외교’와 결별하고 주변국 외교원칙으로 ‘실용적 외교’와 ‘균형외교’를 표방했다. 김 후보는 ‘선거공보’에서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중시하는 실용적 외교를 지향”하고 “미국·중국 등 주요국과도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균형 있는 외교를 펼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균형자론’, 문재인 정부의 ‘균형외교’, 이재명 후보의 ‘셰셰(謝謝·고맙다는 뜻으로 중국과 대만 등 주변국 모두와 잘 지내자는 의미로 사용)’ 발언에 거부감을 보였던 보수정당이 대선후보의 선거공보에 ‘실용외교’와 ‘균형외교’를 들고 나온 것은 놀라운 변화다. 선거공보에서 밝힌 대로 김 후보가 가치외교와 진영외교를 벗어나 국익을 최우선에 둔다면 이 후보가 주장한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윤석열 정부가 ‘규칙기반질서’를 강조한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와 함께하겠다며 ‘가치외교’를 내세우면서 한중관계가 소원해졌다. 김 후보가 실용과 균형을 언급함으로써 국익 중심(우선)의 균형적 실용외교는 여야 합의로 새 정부의 외교정책 노선으로 추진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균형적 실용외교’를 추진했다.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국익 중심(우선)의 균형적 실용외교는 정권을 초월해 우리가 추진할 외교 전략이다.
균형을 잃으면 진영으로 떨어져 어느 한 편에 편중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진영과 공동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자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피아 구분 없는 관세전쟁을 치르고 있다. 미국에 지나치게 연루할 경우 원치 않는 지역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북핵 위협에 노출된 상황에서 미국이 우리를 방기하지 않을까 우려해서 미국 일변도의 ‘편중외교’를 펼 경우 국익을 챙기기 어렵다. 새 정부는 미중 전략 경쟁의 틀을 넘어 브릭스(BRICS,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ㆍ남아프리카 공화국)와 글로벌 사우스(개발도상국 등 신흥시장) 등으로 우리의 외교 지평을 넓혀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