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아동학대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등 혐의로 기소된 이 씨에 재판부는 “집안에 갇혀 햇빛조차 마음대로 보지 못한 상태에서 엄마로부터 굶김과 폭행을 당하다 죽어간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은 상상조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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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이 씨는 범행 대부분을 인정하며 “죽을 죄를 지었다. 용서받지 못 할 일을 한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평생 속죄하면서 살겠다”고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이 씨는 1심 판단에 항소했다.
4살 아이는 왜 정상적인 보살핌도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죽어야 했을까.
이 씨는 지난해 12월 14일 부산 금정구 집에서 생후 4년 5개월 된 친딸 A양을 폭행해 숨지게 했다. 사건 당일 이 씨는 A양이 과자를 먹었다는 이유로 폭행을 가했고 벌을 받는 와중에도 “엄마 배고파요. 밥 주세요”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눈 부위를 수차례 가격하고 체중을 실어 머리를 짓눌렀다.
이후 숨을 쉬지 못하는 상태가 된 A양을 병원으로 옮겼으나 A양은 결국 다음 날 숨졌고, 아이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챈 의료진이 경찰에 신고하며 이 씨의 범행이 세상에 드러났다. 뼈밖에 남지 않았던 아이의 몸 곳곳은 폭행으로 인한 상처의 흔적으로 뒤덮여 있었다.
당시 A양은 2022년 6월쯤부터 거의 음식을 먹지 못한 채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한 당일처럼 이 씨는 A양이 사다 놓은 음식을 몰래 먹어 벌을 준다는 이유로, 혹은 아이의 식사를 챙겨 주기 귀찮다는 이유로 식사를 전혀 제공하지 않거나 하루에 1끼 정도만 분유를 탄 물에 밥을 말아 주기도 했다.
결국 A양은 심각한 영양결핍을 겪었고, 사망 당시 4살 아이들의 평균 키(104.6cn)와 체중(17.1kg)을 한참 밑도는 87cm 키에 생후 4개월 아이의 몸무게(7kg)와 비슷한 수치에 이르렀다.
2021년 11월에는 이 씨가 부주의하게 팔을 휘두르다 A양의 눈을 크게 다치게 해 병원에서 시신경 수술 진단을 받았지만 이마저도 방치돼 눈이 멀다시피 해 색깔을 겨우 구별할 수 있는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그런 아이를 두고도 이 씨와 함께 같은 집에 살던 최모씨 부부 등은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는데, 그럴 때면 A양은 냉장고에 어른들이 먹다 남은 매운 아귀찜이나 흙 묻은 당근과 감자를 먹으며 배고픔을 달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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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2020년 9월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카페에서 최 씨를 알게 됐다. 이후 폭행을 견디다 못한 이 씨는 A양을 데리고 부산의 최 씨 부부 집으로 들어가 살며 의지했다.
하지만 최 씨 부부는 이 씨를 철저히 이용했다. 이 씨에게 최소 1년 6개월간 1574회에 달하는 성매매를 시키고 1억 3075만 원의 수익을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씨 앞으로 나온 아동수당까지 가로챘으며, 특히 아이가 사망한 그날도 이 씨는 4회 가량 성매매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씨는 아동학대살해를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 “아이가 흙 묻은 당근, 흙 묻은 감자, 매운 아귀찜을 훔쳐 먹었다. 사탕 스무 개를 한꺼번에 먹을 때도 있었다”면서 “그럴 때마다 최 씨가 ‘네 자식이 엄마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아이의 버릇을 고치도록 혼내게 했다”고 처음으로 진술했다.
이어 “최 씨가 ‘여기를 이렇게 때려야 아프다. 여길 이렇게 팍 때려야 된다’면서 직접 아이를 때렸다”고 덧붙였다.
친모 이 씨가 최 씨의 말에 복종에 가까운 수긍을 했던 이유에는 이들의 곁에 6개월 가량을 함께 살았던 남성 B씨가 있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B씨는 최 씨와 결혼 전 만남을 가진 사이로. 최 씨의 남편과도 아는 사이였다고. B씨는 이 씨가 성매매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최 씨를 힘들게 한다며 폭행을 가하고 감시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태경 서원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이 씨는 가정폭력의 과거력이 있어 좀 더 쉽게 무력화 될 가능성이 있다”며 “최 씨의 요구에 순응하지 않을 때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면 저항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봤다.
이들이 살던 주변 이웃 주민은 “하도 시끄러워서 베란다 쪽으로 보면 애를 때리고 있었다”며 “어렸을 때 저도 맞으면서 컸지만 때리고 밀치고 심하게 손찌검을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웃 주민은 최 씨를 아이의 친모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늘 아이를 때리던 사람이 최 씨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B씨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와의 통화에서 “최 씨는 아이를 챙겼다”고 감싸며 되려 “아이를 때리는 이 씨를 (내가) 때린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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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의 1심 재판부도 “열등감이 크고 주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성향인 이 씨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동거인 최 씨를 롤모델로 삼았다”며 “최 씨의 경계(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상황으로 보인다. 이 범행은 전적으로 이 씨 개인의 선택에 따라 일어났다고만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 씨는 1심 재판 후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가 이를 기각하면서 징역 35년과 벌금 500만 원 등이 확정됐다.
아동학대·방임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최 씨는 1심에서 징역 20년과 추징금 1억 2450만 5000원,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명령, 취업제한 5년 등을 선고받았고, 최 씨 남편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취업제한 5년 등이 선고됐다.
최 씨 부부는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동거인 부부가 ‘A양의 보호자’로서 책임이 있고, 건강 상태가 악화된 A양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직접적인 폭행이 아니라도 A양의 사망에 직접 기여했다”고 보고 1심과 같이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