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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에 7kg’ 미라 된 채 사망…이날도 친모는 성매매 [그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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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영 기자I 2025.06.30 00:01:01

뼈만 앙상하게 남아 상처투성이 4살 아이 사망
병원 의료진이 수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
세상에 드러난 아이 폭행 및 학대 정황에 경악
친모는 징역 35년, 함께 학대한 동거녀 부부도 중형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2023년 6월 30일 대한민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에 대한 1심 재판이 부산지법에서 열렸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미라가 된 채 죽어간 4살 아이의 20대 친모 이모씨에 대한 재판이었다.

이날 아동학대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등 혐의로 기소된 이 씨에 재판부는 “집안에 갇혀 햇빛조차 마음대로 보지 못한 상태에서 엄마로부터 굶김과 폭행을 당하다 죽어간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은 상상조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사진=SBS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이어 “자신을 사랑하고 보호해줄 것으로 믿었던 엄마에 대한 아이의 사랑과 신뢰를 배반했을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무참히 짓밟은 비인간적인 범행으로 반인륜성과 반사회성이 매우 크다”면서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이에 이 씨는 범행 대부분을 인정하며 “죽을 죄를 지었다. 용서받지 못 할 일을 한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평생 속죄하면서 살겠다”고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이 씨는 1심 판단에 항소했다.

4살 아이는 왜 정상적인 보살핌도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죽어야 했을까.

이 씨는 지난해 12월 14일 부산 금정구 집에서 생후 4년 5개월 된 친딸 A양을 폭행해 숨지게 했다. 사건 당일 이 씨는 A양이 과자를 먹었다는 이유로 폭행을 가했고 벌을 받는 와중에도 “엄마 배고파요. 밥 주세요”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눈 부위를 수차례 가격하고 체중을 실어 머리를 짓눌렀다.

이후 숨을 쉬지 못하는 상태가 된 A양을 병원으로 옮겼으나 A양은 결국 다음 날 숨졌고, 아이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챈 의료진이 경찰에 신고하며 이 씨의 범행이 세상에 드러났다. 뼈밖에 남지 않았던 아이의 몸 곳곳은 폭행으로 인한 상처의 흔적으로 뒤덮여 있었다.

당시 A양은 2022년 6월쯤부터 거의 음식을 먹지 못한 채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한 당일처럼 이 씨는 A양이 사다 놓은 음식을 몰래 먹어 벌을 준다는 이유로, 혹은 아이의 식사를 챙겨 주기 귀찮다는 이유로 식사를 전혀 제공하지 않거나 하루에 1끼 정도만 분유를 탄 물에 밥을 말아 주기도 했다.

결국 A양은 심각한 영양결핍을 겪었고, 사망 당시 4살 아이들의 평균 키(104.6cn)와 체중(17.1kg)을 한참 밑도는 87cm 키에 생후 4개월 아이의 몸무게(7kg)와 비슷한 수치에 이르렀다.

2021년 11월에는 이 씨가 부주의하게 팔을 휘두르다 A양의 눈을 크게 다치게 해 병원에서 시신경 수술 진단을 받았지만 이마저도 방치돼 눈이 멀다시피 해 색깔을 겨우 구별할 수 있는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그런 아이를 두고도 이 씨와 함께 같은 집에 살던 최모씨 부부 등은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는데, 그럴 때면 A양은 냉장고에 어른들이 먹다 남은 매운 아귀찜이나 흙 묻은 당근과 감자를 먹으며 배고픔을 달래야 했다.

(사진=SBS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보살핌이 절실한 A양을 이 씨와 함께 살던 최 씨 부부는 왜 외면했을까.

이 씨는 2020년 9월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카페에서 최 씨를 알게 됐다. 이후 폭행을 견디다 못한 이 씨는 A양을 데리고 부산의 최 씨 부부 집으로 들어가 살며 의지했다.

하지만 최 씨 부부는 이 씨를 철저히 이용했다. 이 씨에게 최소 1년 6개월간 1574회에 달하는 성매매를 시키고 1억 3075만 원의 수익을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씨 앞으로 나온 아동수당까지 가로챘으며, 특히 아이가 사망한 그날도 이 씨는 4회 가량 성매매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씨는 아동학대살해를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 “아이가 흙 묻은 당근, 흙 묻은 감자, 매운 아귀찜을 훔쳐 먹었다. 사탕 스무 개를 한꺼번에 먹을 때도 있었다”면서 “그럴 때마다 최 씨가 ‘네 자식이 엄마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아이의 버릇을 고치도록 혼내게 했다”고 처음으로 진술했다.

이어 “최 씨가 ‘여기를 이렇게 때려야 아프다. 여길 이렇게 팍 때려야 된다’면서 직접 아이를 때렸다”고 덧붙였다.

친모 이 씨가 최 씨의 말에 복종에 가까운 수긍을 했던 이유에는 이들의 곁에 6개월 가량을 함께 살았던 남성 B씨가 있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B씨는 최 씨와 결혼 전 만남을 가진 사이로. 최 씨의 남편과도 아는 사이였다고. B씨는 이 씨가 성매매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최 씨를 힘들게 한다며 폭행을 가하고 감시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태경 서원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이 씨는 가정폭력의 과거력이 있어 좀 더 쉽게 무력화 될 가능성이 있다”며 “최 씨의 요구에 순응하지 않을 때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면 저항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봤다.

이들이 살던 주변 이웃 주민은 “하도 시끄러워서 베란다 쪽으로 보면 애를 때리고 있었다”며 “어렸을 때 저도 맞으면서 컸지만 때리고 밀치고 심하게 손찌검을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웃 주민은 최 씨를 아이의 친모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늘 아이를 때리던 사람이 최 씨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B씨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와의 통화에서 “최 씨는 아이를 챙겼다”고 감싸며 되려 “아이를 때리는 이 씨를 (내가) 때린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SBS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최 씨가 아이 학대의 중심”이라며 “최 씨의 아동학대, 방임을 사실상 친모가 묵인한 것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 씨의 1심 재판부도 “열등감이 크고 주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성향인 이 씨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동거인 최 씨를 롤모델로 삼았다”며 “최 씨의 경계(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상황으로 보인다. 이 범행은 전적으로 이 씨 개인의 선택에 따라 일어났다고만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 씨는 1심 재판 후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가 이를 기각하면서 징역 35년과 벌금 500만 원 등이 확정됐다.

아동학대·방임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최 씨는 1심에서 징역 20년과 추징금 1억 2450만 5000원,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명령, 취업제한 5년 등을 선고받았고, 최 씨 남편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취업제한 5년 등이 선고됐다.

최 씨 부부는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동거인 부부가 ‘A양의 보호자’로서 책임이 있고, 건강 상태가 악화된 A양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직접적인 폭행이 아니라도 A양의 사망에 직접 기여했다”고 보고 1심과 같이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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