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이 말이 이제는 단순한 어른들의 경험담이 아닌, 과학적 데이터로 입증되는 시대가 되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숙면은 곧 성장이다. 그리고 이 수면의 질과 타이밍이 성장판의 반응을 결정한다. 성장판이 열려 있다고 해서 모두 자라는 것이 아니며, 성장판이 자극받을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어야만 실제 성장이 일어난다.
성장판은 뼈의 양쪽 끝에 위치한 연골 조직으로, 아이의 키가 자라는 데 직접적인 역할을 한다.이 성장판은 낮에는 체중과 중력에 눌려 압박 상태로 있다가, 밤에 아이가 누워 자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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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잠자는 시간은 단순한 휴식 시간이 아니라 성장판이 압박에서 벗어나 성장 자극을 받는 골든타임이다. 이 시간에 성장호르몬이 충분히 분비되고, 성장판이 반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실제 키로 이어지는 성장”이 가능하다.
실제로 일본의 5만여 명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는 야간 수면 시간과 키 성장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에 따르면, 밤에 평균 11.5시간 이상 숙면을 취한 아이들은 9시간 이하로 자는 아이들보다 키가 클 확률이 약 1.25배 더 높았고, 이 차이는 낮잠을 포함한 총 수면 시간보다 “야간 수면 시간”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즉, 단순히 하루에 몇 시간 잤느냐보다도 언제 자고, 얼마나 깊이 자느냐가 아이의 성장에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최근 들어 아이들의 수면 리듬을 망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스마트폰, 태블릿, 게임기 등 전자기기 사용이다. 이런 기기들이 내뿜는 블루라이트는 눈을 통해 들어와 멜라토닌이라는 수면 유도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한다. 멜라토닌이 줄어들면 잠이 잘 오지 않고, 수면의 질도 나빠진다.
특히 어린아이일수록 블루라이트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같은 빛이라도 성인보다 멜라토닌 억제 효과가 2~3배 크다는 보고도 있다. 결과적으로, 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은 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늘리고,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는 시간대를 놓치게 만들며, 결국 성장판이 자극받을 기회를 잃는 것이다.
“잠을 자야 클 수 있다”는 말은 단지 옛말이 아니다. 실질적인 키 성장은 수면, 영양, 운동, 감정 안정이 조화롭게 이루어질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그중에서도 수면은 아무리 좋은 영양제를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해도 잠을 충분히 못 자면 성장효과가 반감될 수 있는 ‘성장의 마지막 퍼즐’이자 ‘기본 중의 기본’이다.
아이의 키 성장은 크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매일 밤 갖는 것이다. 성장판이 숨 쉴 수 있도록, 성장호르몬이 일할 수 있도록, 우리 아이가 매일 밤 일찍 자고 푹 잘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도록 하자. 잠이 보약이라는 말, 키 성장에 있어 그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