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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KBS 연기대상]② 수상자 고민은 이해하지만…쪼개기·공동수상 남발

김가영 기자I 2020.01.01 06:55:33
‘KBS 연기대상 포스터’(사진=방송사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뛰어난 업적이나 잘한 행위를 칭찬하기 위하여 주는 증서나 돈이나 값어치 있는 물건.

상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KBS ‘연기대상’에서는 뛰어난 업적이나 잘한 행위를 칭찬하긴 했지만, 과연 ‘값어치 있는’ 물건을 주었는가를 의심케 한다. 트로피가 남발되며 그 가치를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는 ‘2019 KBS 연기대상’이 진행됐다. 연말 ‘연기대상’은 한해 드라마를 살펴보며 인상 깊은 연기를 한 배우들에게 트로피를 건네는 자리다. ‘지상파 위기론’ 속에서 KBS는 ‘왜 그래 풍상씨’, ‘동백꽃 필 무렵’으로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화제 몰이를 했고 주말드라마의 탄탄한 입지로 이를 견뎌왔다. 드라마의 흥행 속에는 배우들의 명연기가 있었던 만큼 시상식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지상파 위기 속에서 좋은 수확을 거뒀고 배우들이 좋은 연기를 보여준 만큼 방송사의 고민도 높았으리라 짐작된다. 이런 고민은 쪼개기 수상, 공동 수상을 통해 그대로 드러났다.

KBS는 드라마를 미니, 중편, 장편, 일일로 나눠 시상했다. 때로는 중편과 장편을 합치기도 했으며 중편, 미니만 시상을 하기도 했다. 부문 분류에서도 무질서함을 보이며 시상식의 룰을 모호하게 했다. 줘야 할 상의 부문을 만들었다기 보다, 주기 편한 대로 부문을 바꾼 모양새다.

이렇게 세세하게 나눴는데도 고민이 깊었는지 공동수상을 남발했다. 청소년 연기상부터 신인상, 남녀단막극상, 조연상, 우수상, 최우수상까지 공동수상이 이어졌다. 남자 신인상은 6명의 후보 중 3명이 수상했다. 세세한 부문별로 공동수상이 이어졌으니 시상식 시간이 길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동수상자들은 누가 먼저 수상 소감을 말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부터 시간에 쫓겨 소감을 급하게 마무리하는 것까지, 상의 기쁨을 누리기보다는 눈치를 보기 바빴다. ‘시상식’, ‘상’의 의미가 퇴색된 순간이다.

수상자를 결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 받았기에 상의 의미가 더 갚진 것이다. 그러나 KBS ‘연기대상’은 쪼개기, 공동수상으로 ‘상’, ‘트로피’의 무게와 의미에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연기대상’ 역시 매년 제기되는 시상식의 문제점(쪼개기, 공동수상)이 여실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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