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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 고효율 배터리..양자컴퓨터의 미래, 아이디어 싸움으로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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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기자I 2019.10.31 14:48:21

구글코리아, 언론 대상 포럼서 '양자 우월성' 의미 소개
"53큐비트 성능 입증, 상용화 임박 단계 근접한 것 의미"
실제 활용 '난제' 발굴이 핵심 요소로 부상한 'NISQ 시대'

구글 양자컴퓨터 본체 이미지. 희석 냉장고(dilution refrigerator) 안에 양자역학 원리를 적용한 프로세서(시카모어 칩)를 탑재해 구동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구글 제공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지금까지 수퍼컴퓨터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단순히 성능이 문제가 아니라, ‘새로울 것 없다’던 기존 학설을 뒤집어 양자컴퓨터의 상용화에 한발 짝 더 다가섰다는데 주목해주세요.”

지난 23일(현지시간) 구글은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이른바 ‘양자 우월성’(Quantum Supremacy)이라는 주제의 논문을 게재하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앞서 구글은 2013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산타바바라에 하드웨어 중심의 양자컴퓨터 연구팀을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54큐비트(qubit, 양자컴퓨터의 성능 표시 단위) 성능을 내는 ‘시카모어(Sycamore) 프로세서’를 선보인 바 있었다. 기존 수퍼컴퓨터를 대체할 정도의 성능 기준이 50큐비트인데 이를 뛰어넘은 것이다.

이후 이를 보다 안정적으로 상용화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했다는 것이 이번 양자 우월성 연구성과의 핵심 요지다. 31일 구글코리아는 ‘구글 AI포럼’ 18강 주제로 양자 우월성을 선택해 국내 기자단 대상 설명회를 산타바바라와 원격으로 연결해 진행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국 양자컴퓨터의 활용은 ‘어떤 난제를 풀도록 할 것인가’에 관한 아이디어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설명이다.

우주 심연보다 100배 추운 상태에서 움직이는 ‘퀀텀’

시카모어 프로세서. 구글 제공
양자컴퓨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양자와 양자역학 등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양자는 에너지를 갖는 최소한의 단위이다. 분자를 쪼개면 나오는 원자, 그 원자를 다시 쪼개면 나오는 단위이다. 기민한 움직임과 복잡한 응용 여지가 있어 양자의 움직임을 연구해 나오고 있는 물리학 성과물이 양자역학을 이룬다.

양자컴퓨터는 바로 이런 양자역학 원리를 이용해 작동하는 새로운 컴퓨터를 의미한다. 기존 컴퓨터의 데이터 저장단위인 ‘비트’(bit)는 0과 1, 2진법 두 숫자 중 하나만 기록할 수 있다. 구글의 제이미 야오 연구원은 ‘스위치’에 빗대 설명한다. ‘켜고’ ‘끄는’ 두 가지 상태중 하나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비트다. 반면 양자컴퓨터에서 쓰이는 큐비트 개념은 0과 1은 물론 그 사이에 있는 여러 단계를 표현할 수 있다. 둘을 중첩해서 가질 수도 있다. 가령 2비트와 2큐비트를 비교하면, 2비트는 01, 00, 10, 11 등 네 가지중 하나만 표현할 수 있는 반면 2큐비트는 여러 정보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 그만큼 성능과 유연성은 (현재까지는 이론상)기존 컴퓨터와 ‘비교 불가’ 수준을 기록할 수 있다.

구글이 개발한 시카모어 프로세서에는 0.2㎜ 크기의 초전도 ‘인공 원자’(Arificial Atoms)를 이용한다. 아직 기술적으로 자연 상태에 있는 양자 단위의 초미세 물질을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는 이 칩을 다른 부속과 합친(패키징한) 뒤 15밀리캘빈 온도의 ‘희석 냉장고’(dilution refrigerator)라는 냉각기 속에 넣어 사용한다. 야오 연구원은 “우주 심연의 온도보다 100배 추운 상태”라고 설명했는데, 그만큼 초전도 상태의 양자의 움직임은 극저온 상태에서 활발하게 움직인다. 조금만 기온이 높아져도 다른 잡음 등의 영향을 받는다.

야오 연구원은 “그렇기 때문에 당장은 양자컴퓨터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우리 책상에 올려두고 쓰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블록체인처럼 기존 암호 체계를 풀어버리는 것 역시 당장 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NISQ 시대’ 진입..10년 후면 이론상 100만큐비트도 가능

구글의 양자컴퓨터 연구진 규모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으나, 적어도 50여명 이상은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기존 수퍼컴퓨터로는 구현할 수 없었던 ‘완전히 다른 컴퓨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구글 제공
그렇다면 구글이 발견했다는 양자 우월성은 대체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연구를 주도한 케빈 사칭거 구글 양자연구 사이언티스트는 53큐비트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점을 확인한 연구 과정과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우선, 프로세서를 개발한 이후 이 성능이 정말 도달 가능한 지 입증하는 일이 필요했다. 구글 연구진은 우선 오차율(error rate)이 1큐비트에서 0.36%, 2큐비트에서 0.62% 수준, 정보 해독(Readout)은 3.8% 수준으로 낮게 나타나 충분한 성능을 보인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과정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실제로 엄청난 난이도의 연산작업을 입력해봐야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확인할 ‘문제’가 마땅치 않았고 해당 연산이 기존 수퍼컴퓨터에서 얼마나 걸릴 지 예측하는 것도 어려웠다. 연구진은 우선 기존 학계의 ‘난제’를 단순화시킨 뒤 이를 기존 수퍼컴퓨터와 새로 개발한 양자컴퓨터에 동시에 입력해 수행하도록 했다. 이후 해당 문제의 수준을 점차 높여가며(고도화) 성능을 비교평가했고, 결국 기존 수퍼컴퓨터에서 ‘1만년 가량 걸린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온 작업을 시카모어 프로세서 기반 양자컴퓨터는 200초 만에 풀어내는 결과를 도출했다는 설명이다.

이 지점에서 경쟁사인 IBM은 ‘해당 문제가 1만년까지 걸릴 수준은 아니다’라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사칭거는 단순히 그 부분에 천착할 것이 아니라며 “우리가 드디어 ‘NISQ’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입증했다는 의미에 집중해달라”고 말했다.

NISQ(Noisy Intermediate-Scale Quantum)는 100개 이상, 1000개 미만의 큐비트를 활용하는 시대를 의미한다. 기존 수퍼컴퓨터보다 빠른 성능 구현이 가능해지며 양자컴퓨터의 상용화가 가능해지는 단계로 접어드는 시대를 열 단초를 찾았다는 것이다. 사칭거는 “단기적으로는 NISQ 단계에서 우리가 그 동안 풀지 못했으나 이제 풀 수 있게 될 과제를 발굴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발견한 성과에 대한 모든 과정과 데이터를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전 세계 연구자들과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NISQ 다음 단계를 함께 모색하자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결국 기존 컴퓨터과학 분야에서 ‘어떤 새로운 컴퓨터가 등장해도 기존 컴퓨터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확장된 처치-튜링 이론’(Extended Curch-Turing Thesis)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사칭거는 덧붙였다.

새로운 발견은 이제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 당장 난수생성기의 성능을 훨씬 높일 수 있는 것은 물론, 난치병을 치료할 신약 개발부터 보다 높은 효율의 배터리나 태양전지 개발을 통한 에너지 산업의 발전 등에서 활용이 기대된다. 사칭거 연구원은 20세기 초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한 것에 이번 연구 성과를 견준 후 “향후 10년간 연구를 거친다면 이론적으로는 100만 큐비트 수준의 양자컴퓨터도 가능해질 수 있다”며 “소프트웨어 환경 변화 등에 있어 구글 내부는 물론 세계의 모든 연구자·전문가들과 협업하고 토론할 것”이라고 답했다.

31일 진행된 ‘구글AI포럼’ 18강에서 구글 양자 하드웨어 연구팀의 케빈 사칭거(왼쪽부터) 사이언티스트와 제이미 야오 연구원이 화상 원격회의 형태로 국내 기자들에게 양자컴퓨터의 기본 원리와 ‘양자 우월성’ 연구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재운기자
한편 구글의 최근 발견에 대해 다른 IT 기업들은 부러움과 비판적 모습을 동시에 보이고 있다. IBM은 구글이 ‘1만년 걸린다’고 평가한 난제가 실제로는 그 정도 수준이 아니라며 평가절하했다. 인텔은 ‘양자 컴퓨팅 상용화로의 경주는 마라톤이다’라는 제목의 공식 논평을 통해 “구글팀에 축하를 보낸다”면서도 “이제 우리는 현존하는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단계, 즉 ‘양자 실용성(quantum practicality)’ 단계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텔 연구소는 양자 컴퓨터가 실용적인 문제를 슈퍼컴퓨터보다 빠르게 풀기 위해서는 최소한 수백 큐빗이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며 “업계에서 활용 가능한 사이즈의 양자 프로세서를 개발하는 데까지는 수년이 더 소요될 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선의의 경쟁을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점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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