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카슈끄지 토막살해 명령자는 현장팀장…왕세자 무관”

by피용익 기자
2018.11.15 21:13:53

[이데일리 뉴스속보팀] 사우디아라비아 검찰은 15일(현지시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자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우디 검찰은 “카슈끄지를 살해하라고 직접 명령한 사람은 그를 귀국시키기 위해 터키로 보낸 협상팀을 이끌었던 현장팀장”이라며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번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카슈끄지 사건의 최고위 책임자는 사우디 정보기관의 2인자였던 아흐메드 알아시리”라고 지목하면서 “그는 카슈끄지를 강제로라도 귀국시키라고 명령했다”라고 설명했다.

알아시리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최측근 인사로, 이번 사건 직후 해임됐다.

즉, 이번 사건의 ‘몸통’은 알아시리이며, 이스탄불로 파견돼 현장을 지휘한 현장팀장이 살해하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것이다.

사우디 검찰이 ‘협상팀’이라고 칭한 이 정보요원들은 언론을 통해 무함마드 사우디 왕세자가 카슈끄지를 살해하라고 보낸 ‘암살조’로 불렸다

사건의 경위를 밝힐 수 있는 결정적 증거인 그의 시신과 관련, 사우디 검찰은 총영사관 밖에 있던 한 요원에게 넘겨진 뒤 행방불명됐다면서 계속 추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그의 시신이 사우디 총영사관 관저의 우물에 유기돼 화학물질로 인멸됐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그러면서 “협상팀 중 5명이 카슈끄지에 약물을 주입한 뒤 시신을 토막 냈다”며 “이들 5명에게는 사형을 구형했다”라고 덧붙였다.



카슈끄지가 살해된 뒤 시신이 훼손됐다고 사우디가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우디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21명을 구속 조사했고 이 가운데 11명을 기소했다.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이었던 카슈끄지는 지난달 2일 결혼 관련 서류를 받으러 주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살해됐다.

카슈끄지는 총영사관에서 사건 당일 터키에 급파된 사우디 정보기관의 요원들에 의해 살해됐다.

사우디 정부는 사건 초기 그의 피살 자체를 부인하다가 터키 정부가 여러 정황 증거를 언론을 통해 유출하면서 압박하자 협상팀과 몸싸움을 하다 우발적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지난달 25일 “터키 정부에서 제공한 정보로는 그와 협상하러 간 사우디 팀이 계획적으로 살해했다는 정황이 있다”며 의도적인 살해를 에둘러 시인했다.

그러나 사건의 ‘배후 지시자’라는 의혹을 받은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왕세자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일관되게 부인했다.

터키 정부는 사건 용의자를 터키 사법부가 재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우디 검찰은 이날 이와 관련, “사건 조사결과를 터키에 제공하기 위해 협력하는 절차를 규정한 특별 합의문에 서명하자고 터키 정부에 요청했고 답을 기다리는 중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