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K뱅크 짜맞추기 의혹’ 제기..정창수·황창규 “모른다, 문제 없다”

by김현아 기자
2018.10.18 21:45:17

안종범 메모에 인터넷은행 사전 결정 정황
관광공사 출자에 차은택이?…“사실과 다르다” 증언
사실 확인이 안 되자 망신주기 분위기로
금융위 "안종범 메모 경위 알 수 없다..사실확인 위해 필요시 어떠한 조사에도 응할 것"

[이데일리 김현아 조진영 기자]18일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국정감사에서는 인터넷 전문은행 K뱅크의 설립에 국정농단 세력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사실로 확인되진 않았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5년 인터넷 전문은행 심사가 진행되기 9일 전에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수첩에 점수가 적혀 있었고 △관광공사가 K뱅크에 출자하게 된 것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형사 처벌을 받은 최순실·차은택 씨의 권유가 있었다며, K뱅크는 혁신의 상징이 아니라 뿌리부터 썩었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증인으로 출석한 황창규 KT 회장은 안종범 수첩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했고, 금융위원회도 “메모의 작성경위는 알수 없으며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필요한 경우 어떠한 조사에도 응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창수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과 황 회장은 “한국관광공사의 K뱅크 출자 과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증언했다.

안종범 수첩에 K뱅크를 포함한 각 컨소시엄의 점수가 심사 전에 적혀 있었다는 것은 처음 드러난 일이다. 11월 20일이면 심사평가조차 이뤄지지 않은 시점이다. 금융감독원은 그해 10월1일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은 뒤 11월27~29일 2박3일간 외부 평가위원들의 합숙 심사평가를진행했다. 예비인가 사업자가 발표된 건 11월29일이다.

박 의원은 “2015년 11월20일 안 전 수석의 자필 메모에는 ‘카카오 86, KT·우리 83, 인터파크·SKT 64’라고 적혀 있는데 이게 11월 20일자”라면서 “그런데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평가자료 11월 29일에 카카오 860.8, K뱅크 831.2, 아이뱅크 642.6이더라. 제 눈을 의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컨소시엄 참여하실 때 솔직히 말씀해 달라. 누가 하라고 했는가. 안종범 수첩에 왜 이게 써 있는가”라고 물었지만, 황창규 회장은 “전혀 그런 적이 없다. 일체의 청탁을 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안종범 전 수석이 어떤 경위에서 해당 내용을 메모했는지 확인되지 않으면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종합감사 때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현 최종구 위원장의 추가 증인채택을 요구했다.

박영선 의원은 “관광공사가 기재부와 사전협의도 거치지 않고 이사회 심의도 거치지 않고 80억을 K뱅크에 출자하기로 결정했다”며 “처음에 출자에 부정적이다가 사업참여를 결정한 것은 K뱅크에 (차은택 등이) 투자를 권유한 것 아닌가”라고 따졌다.

하지만 정창수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관광공사가 보유한 독점 정보를 20여개 컨소시엄에만 독점 제공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해서 처음엔 부정적이었는데, 한 달 뒤 투어 API라는 정보가 이미 오픈된 걸 확인해 들어가도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또 “일본 국토교통성 산하의 관광청은 2013년부터 NTT라는 최대 통신사와 협업을 하고 있다”며 “통신정보와 금융정보를 알아야 정확하고 과학적인 관광정책을 수립할 수있다는 실무자 의견을 받아 출자를 결정했다. 당시 655억 원의 여유자금도 있었고, 자산도 7200억 원이었다”고 부연했다.

박 의원과 증인들의 답변이 평행선을 달리자, 사건과 직접 관련 없는 감정 섞인 질의도 잇따랐다. 증인 대기 시간도 오후4시에서 끝나려다 오후 8시까지 이어졌다

박 의원은 황 회장에게 “태평양 로펌에서 전화가 왔다. KT가 태평양의 클라이언트라고 잘해달라더라. 로펌까지 동원해 잘해달라는 건 부당하다”며 “박 대통령 독대때 6페이지짜리 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 반대 문건을 가져가지 않았냐, 안종범 전화받고 직원을 2명 채용하지 않았냐. 부총리는 KT가 혁신기업이라고 생각하느냐”고 호통 쳤다.

김동연 부총리가 “어떤 기준인지는 모르나 KT도 안에서 나름대로 혁신하는 것도 있다”고 답하자, 박 의원은 “당연히 기술 혁신은 해야 하는 것이고 11억5000만원 비자금 조성, 차명계좌의 주인공이다”라고 질타했다.

정 전 사장에게는 “(관광공사 출자에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문체부 감사자료의 결론은 해당 직원을 ‘주의’ 조치하라는 것 아니었나. 정창수 증인은 위증을 한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정창수 전 사장은 “작년 문체부감사에서 이야기된 일이며 절차상 앞뒤가 바뀐 부분이 조금 있는데, 저희가 업무협약과 계약서를 체결하고 최종 예비 인가 전에 법무법인, 회계법인, 이사회 절차를 거쳤다. 심각했다면 작년 감사에서 실무자 주의로 끝나진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황창규 회장은 “일체의 청탁을 한 일이 없고 (대통령 독대 때) 자료를 가져가지도 않았다. KT는 빅데이터, 블록체인, AI라는 최고의 기술과 세계 최고의 5G 기술을 갖고 있다”고 회사에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어 “자본이 확충되면서 더 안정적인 K뱅크가 되고 있으며, 신용평가 모델과 인터넷뱅크 모델을 몽골에 수출하는 계약을 했다. 금융혁신과 소비자 편익을 위해 노력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 수 있도록 글로벌 핀테크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