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평 “SK이노, 배터리사업 영업·재무적 불확실성 예상”

by조용석 기자
2021.02.16 19:17:07

16일, SK이노 영업비밀 침해소송 패소 관련 리포트
“합의통한 소송 무효 가능성…대규모 배상금 필요”
공격적 투자중인 SK이노…배상금 지급 시 재무부담 확대
“소송 장기화해도 경쟁력 훼손…신용도 모니터링 지속”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한국신용평가가 LG화학(051910)과의 2차 전지 영업비밀침해 소송에서 패소한 SK이노베이션(096770)에 대해 “배터리사업과 관련한 상당 수준의 영업적, 재무적 불확실성이 예상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자료 = 한국신용평가)
16일 한신평은 ‘SK이노베이션의 미 ITC 소송 최종 결정 관련 신용도 영향’ 리포트에서 “합의과정에서 당초 예상을 상회하는 대규모 자금지출이 현실화될 경우 회사가 현재 추진 중인 자산매각 이외에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2차 전지 관련 영업비밀침해 소송에 대한 ITC(미국 국제무역위원회) 결정을 확인했음을 공시했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의 리튬이온 배터리, 배터리 셀, 모듈, 팩 및 부품에 대하여 10년간 미국 내 수입을 금지했다. 다만 포드, 폭스바겐 등 기존 수주물량에 대해서는 각각 4년과 2년간 미국 내에서 배터리를 생산 및 공급할 수 있도록 유예했다.

오유나 기업평가본부 선임연구원은 “ITC 최종 결정에 대하여 60일의 심의기간 내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및 동사의 미 연방항소법원 항소 제기가 가능하나 현재 시점에서는 심의기간 동안 동사와 LG에너지솔루션 간의 합의를 통하여 소송을 무효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 동사는 대규모 배상금 지급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7년부터 2차전지 및 관련 소재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 외부차입을 크게 확대한 상태다. 현재도 미국 조지아주에 약 3조원을 투자해 연간 43만대 분량(21.5Gwh)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1, 2공장을 건설 중이다.

회사는 2017년부터 배터리 및 관련 소재사업에 5조원 이상이 투입되고 배당금 지급, 자기주식 취득 등 주주환원 목적의 자금지출에도 약 4조원이 투입했다. 2020년 9월 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이 약 11조원(리스부채 포함), 부채비율은 149%로 상승한 상태다.



회사는 현재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페루 광구지분 매각, SK아이이테크놀로지 상장(IPO), SK루브리컨츠 일부 지분 매각 등을 통한 현금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또 하반기 주력사업인 석유 및 화학 부문의 현금 창출력 개선도 SK이노베이션이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오 연구원은 “2021~2022년에도 3조원 내외의 배터리부문 투자를 포함, 연간 4~4조5000억원의 CAPEX(시설투자)가 예정된 상황에서 대규모 배상금 지급이 현실화될 경우 추가적인 재무부담 확대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최종합의가 무산되고 추가소송 등 사태 장기화시에도 악재가 될 것으로 봤다. 최종 재판의 결과에 따라 동사의 신규수주와 설비 증설, 제품생산 등 배터리사업 전반에 대한 중대한 차질이 발생함으로써 배터리사업의 구조적인 경쟁력이 훼손되고 중장기적인 사업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게 한신평의 예상이다.

오 연구원은 “항소 전 합의 여부,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 등에 따라 배터리사업과 관련한 상당 수준의 영업적, 재무적 불확실성이 예상된다”며 “당사는 향후 양사간 합의 상황과 이에 따른 배터리사업의 고객 거래관계 및 투자에 미치는 영향, 재무안정성 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모니터링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합의과정에서 당초 예상을 상회하는 대규모 자금지출이 현실화될 경우 동사의 재무안정성에 미치는 영향과 더불어 동사가 현재 추진 중인 자산매각 이외에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신평은 SK이노베이션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CP(기업어음) 등급은 ‘A1’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