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中공항 홀로 격리된 10대 중학생 부모 인터뷰 "통보 없었다"

by신정은 기자
2020.02.25 18:37:05

중국 현지 재학중인 한국인 미성년 나홀로 격리
부친 A씨 "사전에 아무 통보도 없이 데려가"
한국인 19명 포함 한국발 승객 163명 전원 격리

웨이하이공항에서 승객이 건강상태표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웨이하이공항 홈페이지 캡쳐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개학을 앞두고 중국으로 돌아올 아이를 데리러 웨이하이공항에 갔는데, 갑자기 공지 방송이 나왔다. 지금부터 공항에 도착하는 국제선 모든 승객이 14일간 격리조치 된다는 것이었다.”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국제공항이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역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격리조치한 한국발 비행기편 승객 중 혼자 비행기를 탄 한국인 중학생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생은 현지 학교 개학을 앞두고 비행기를 탔다가 나홀로 격리 생활을 할 처지다.

한국인회 관계자는 “대부분 승객이 1인실로 배정받고, 아이가 있는 가족은 함께 머물기로 했다”며 “이 과정에서 혼자 입국한 14세 남자 아이가 혼자 격리됐다”고 말했다.

현지 회사에서 근무 중인 아이 아버지 A씨는 아이와 함께 격리 시설에 머물 수 있는지 당국 및 회사와 조율 중이다.

A씨는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한국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면서 일부 국가에서 한국인 입국을 막는다는 뉴스를 봤다. 그러나 중국은 별 얘기가 없었던 터라 예정대로 아이가 비행기에 탔다”고 전했다.

아버지 A씨는 이날 회사에 연차를 쓰고 아침 일찍부터 공항으로 마중을 나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공항은 조용했다. 그런데 갑자기 오전 9시쯤부터 검역탁자가 마련되더니 공무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방역복을 입은 작업자들이 공항에 나타났다. 아이가 이미 한국에서 탑승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오른 후였다.



때마침 웨이하이 공항은 이날부터 한국 등 외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승객에 대해 격리조치를 시행했다. 이날 제주항공(089590) 항공편을 이용해 웨이하이로 들어온 승객은 163명으로 한국인이 19명, 중국인이 140명, 나머지는 미국 등 다른 나라 국적이다. 웨이하이시 정부는 한국인을 포함한 승객 전원을 시내 호텔로 이송했다.

A씨는 “제주항공이나 영사관 측에서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사전에 고지만 해줬다고 해도 탑승을 다시 고려해봤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날 웨이하이에 입국한 승객들이 얼마 동안 격리 생활을 해야할 지는 알 수 없다. 외교 관계자는 “통상 격리기간은 14일”이라며 “우리 총영사관 측에서 호텔 관찰기간을 최소화하고 귀가 후 자가격리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 어떤 제한을 하지 않은 가운데 지방정부들이 제각각 움직이는 건 코로나19 방역 성과를 내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인민일보 등 중국 매체들은 지난 24일 하루동안 23개 성과 시에서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일제히 보도하고 있다. 웨이하이의 경우 누적 확진자는 38명이며 12일 연속 추가 확진자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같이 조치는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그동안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를 반영해 후베이성을 제외한 중국발 승객의 입국을 막은 적 없다. 거기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인 입국을 제한한 미국 정부에 대해 ‘나쁜 선례’라고 비판해왔다.

현재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에 따르면 우리 국민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 및 강화된 입국 절차를 적용하고 있는 국가는 24곳에 이른다. 이날 한국에 대해 적색 여행경보를 발령한 홍콩은 한국에서 출발하거나 최근 14일 이내에 한국을 방문한 사실이 있는 홍콩 비거주자에 대해서 입국을 제한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