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위 무딘 질문에 우병우 "모른다" 일관..이완영 자격 놓고 설전(종합)

by김영환 기자
2016.12.22 16:09:27

우병우, 최순실 친분·세월호 외압 등 모든 혐의 전면 부인
이완영 간사 놓고 의사진행발언으로 1시간 이상 여야 정면 마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던 중 머리를 만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 우병우 청와대 전 민정수석이 22일 국회에 출석해 청문회를 소화했지만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의 무딘 질문 속에 우 전 수석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을 풀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조여옥 대위 역시 모르쇠로 일관했다.

특위 위원들은 무딘 질문으로 우 전 수석을 몰아부치지 못했다. 움직일 수 없는 증거도, 날카로운 질문도 없었다. 본격적인 청문회에 앞서서는 새누리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의 간사직 유임을 놓고 한바탕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로부터 공직에 발탁돼 최씨 및 주변을 비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우 전 수석은, 그러나 이날 국회에 들어서자마자 “최순실을 아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른다”고 못박았다. 청문회 도중에도 ‘정윤회 문건’에 최씨가 등장하는 점을 들어 위원들의 추궁이 이어졌지만 최씨와의 관계는 끝까지 부정했다. 우 전 수석은 “개인적인 친분을 묻는 것이라면 지금 현재도 알고 있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세월호 수사팀에 외압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광주지검이 세월호 구조에 대한 책임을 확인하기 위해 청와대와 해경간 통신자료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에 나섰는데 왜 방해했느냐”고 질문했지만 “압수수색하지 말라고 전화한 적은 없다”고 했다. 경비정장 등에 대한 구속 기소 방해와 수사 및 기소에 대한 압력행사 여부, 광주지검장 등에 대한 추후 인사 조치 등에 대해서도 모두 부인했다.

반면 자신을 둘러싼 공분이 일었던 사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우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팔짱을 끼고 웃었던 사진에는 “15시간 이상 앉아서 조사 받아 휴식 중 잠시 일어난 것이고 추워서 팔짱을 낀 것”이라고 했고 청문회 출석을 미룬 데 대해서는 “언론 취재 경쟁을 피해 11월초부터 집을 나왔다”고 해명했다. 검찰청에 출두하며 기자를 노려본 것을 두고도 “노려봤다기 보다는 놀라서 내려다 본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간호장교를 지낸 조여옥 대위는 “박근혜 대통령 얼굴이나 목에 주사를 놓은 적이 없다”고 했다. 앞서 함께 간호장교를 수행했던 신보라 간호장교 역시 대통령의 안면 시술에 대해서는 부인한 바 있다. 조 대위는 대통령에게 필러나 리프트 시술한 적이 없고 관련 시술을 본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이 수면을 이루지 못했는지, 수면제 약을 제공했는지 여부에는 “개인 의료정보라 말씀드리지 못한다”고 답을 피했다.

야당은 새누리당 이완영 간사의 간사직 유임을 놓고 “우병우 청문회 물타기”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 의원은 증인과의 사전 위증교사 의혹을 받고 있다. 민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은 “위증교사 건은 우병우 청문회 못지 않게 중요하다”며 “이완영 의원은 간사 자격은 물론 신성한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특위에 위원으로서 자격도 없다. 제척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야권 뿐만 아니라 여권 내 비박계 의원들도 이완영 간사의 사임을 요청했다. 황영철 의원은 “이완영 간사를 교체해달라”고 했고 하태경 의원 역시 “이완영 의원이 이미 간사직 사퇴를 말했는데 재선임 되는 것은, 국민들이 (이완영 의원의) 발언이 무겁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장제원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서 “진퇴와 관계 없이 이 시간부터 새누리당 간사의 교섭권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완영 의원은 “위증 교사 의혹이 허위 주장이라고 말씀 드린다”며 “위증 교사 허위 주장은 기획된 정치 공작”이라고 맞섰다.

이날 청문회는 18명의 증인 중 16명이 불참, 사실상 우 전 수석에게 질문이 집중됐지만 날카로운 질문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 전 수석이 의혹에 대해 모두 부인할 것이 예측됐음에도 정곡을 찌르는 질문은 사실상 없었다.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은 ”저 역시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민정수석을 지냈으면 품위에 맞는 답을 해야 한다“고 답답해 했다.

우 전 수석의 태도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성태 위원장은 ”자세 바르게 하라“라며 ”(여기가) 민정수석실 부하 직원들하고 회의하는 장소도 아닌데 왜 메모하는 자세를 취하는가“라고 호통을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