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오피스텔 먼저 요구"…'뇌물수수' 유재수 첫 공판서 엇갈린 증언

by김보겸 기자
2020.02.26 19:18:32

서울동부지법, 26일 유재수 전 부시장 첫 공판
금융투자업자 최씨 증인신문
"유재수, 세종시 출퇴근 힘들다며 청담동 오피스텔 요구" 증언
최씨와 유재수 측 진술 엇갈리며 법적 공방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청담동 오피스텔을 찍어 요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날 유 전 부시장에게 항공권·강남구 오피스텔·골프채 등 금품을 제공한 자산운용사 대표이사 최모(41)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했다. 함께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한 유 전 부시장 동생 유모씨는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재판에선 ‘사정을 잘 아는 최씨가 선물로 준 것’이라는 유 전 부시장 측 진술과 최씨의 증언이 엇갈리기도 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사진=뉴시스)
26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손주철)은 뇌물수수·수뢰후부정처사·부정청탁및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첫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선 유 전 부시장이 직접적으로 뇌물을 요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증인으로 출석한 최씨는 “유재수가 청담동 오피스텔을 찍어 요구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그는 지난 2015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오피스텔을 얻어 6개월간 1300만원 상당의 월세와 관리비 등을 내줬다. 유 전 부시장과는 2013년 지인 소개로 금융인 모임에서 만나 알고 지낸 사이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당시 유 전 부시장이 최씨에게 “세종시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일할 때 지낼 곳이 마땅치 않다”며 지낼 곳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기획조정관으로 재직했다.

이에 대해 유 전 부시장 측은 “오피스텔을 사용한 적이 없다”며 “설령 사용한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유 전 부시장의 부탁으로 그의 동생을 채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이 지난 2017년 동생의 취업을 청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탁을 받은 최씨는 동생 유씨를 경영지원팀 차장 직급으로 채용해 1억원대의 급여를 지급했다. 이후 최씨는 유 전 부시장의 추천을 받아 금융위원장 표창을 받았다.



공판에서 ‘유재수의 부탁이 없어도 그의 동생을 차장으로 채용했겠냐’는 검찰의 질문에 최씨는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유 전 부시장의 동생은 여전히 최씨 회사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씨가 유 전 부시장에게 약 400만원 가량의 항공권을 대신 결제해준 사실에 대해서도 양측 입장이 엇갈렸다.

앞선 검찰 조사에서 유 전 부시장 측은 “당시 미국에 있던 아내가 아파서 최씨가 빨리 수술받으라며 항공권을 사주며 설득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날 재판에서 최씨는 이 주장을 반박했다. 최씨는 “유 전 부시장의 아내를 한 번도 본 적 없으며, 아픈 줄도 몰랐다”며 “유 전 부시장의 부탁으로 항공권을 두 차례 대신 결제해준 것”이라고 증언했다.

이밖에도 최씨는 지난 2018년 “아픈 아내에게 주라며 최씨가 골프채 두 자루를 선물로 줬다”는 유 전 부시장 측 주장도 부인했다. 최씨는 “아내에게 (골프채를) 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내가) 아픈 줄은 몰랐다”며 “유 전 부시장이 골프채 브랜드와 모델명을 지정해 요구했다”고 했다.

재판에서는 뇌물죄의 성립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현행법은 뇌물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수수한 금품이 직무와 관련된 것인지, 뇌물을 준 사람과의 사적인 친분관계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이와 같은 뇌물죄 성립 요건에 대해 변호인과 검찰이 의견을 달리했다. 유 전 부시장 변호인 측은 “피고인이 근무한 금융위원회는 금융정책에 관한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기능할 뿐, 민간 금융회사의 설립·감독·규제에 대해서는 구체적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다”며 민간 금융투자업자인 최씨와의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변호인 측은 최씨와 유 전 부시장이 사적으로 친한 관계임을 강조하며 직무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 측은 유 전 부시장의 지위와 경력을 고려해 직무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은 소수의 엘리트로 이뤄진 금융위원회라는 작은 조직에서 근무해왔고 조직 내 위상도 높았다”며 금융업에 종사하는 최씨와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봤다.

또한 검찰은 “공무원이 금전을 수수해서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수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가 뇌물죄 성립 기준이 된다”며 “고위 공무원의 경우, 이런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폭넓게 인정된다”며 뇌물죄가 넉넉히 인정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