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리 '전문가 참관', 의미있는 '검증' 여부가 관건"

by원다연 기자
2018.09.19 16:31:40

'9월 평양선언' 전문가 평가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서에 서명한 후 공동기자회견하는 모습이 서울 동대문구 디자인플라자에 마련된 서울프레스센터 화면에 생중계되고 있다.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평양 정상회담 둘째날인 19일 한반도의 비핵화 의지와 함께,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포괄적 방안을 담은 ‘9월 평양선언’에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을 통해 남북관계가 한단계 진전된 점에 대해서는 평가하면서도, 회담의 핵심 사안이었던 북미간 비핵화 협상 조율을 위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이번 회담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해 “합의문 5조 1항에 명시된 ‘전문가들의 참관’의 의미가 일반적인 비핵화 프로세스의 ‘검증’인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비핵화와 관련한 합의를 담은 평양선언의 5조 1항은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하였다’고 명시하고 있다.

박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이 부분을 ‘inspection’(검증) 이라고 언급했는데, 그렇다면 북한이 처음으로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고 북미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이 평양선언에 합의한 지 약 1시간만에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최종 협상에 부쳐질 핵사찰을 허용하는 것과, 또 국제 전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적으로 폐기하는 것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박 교수는 “그러나 단순하게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당시와 같이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통용되는 ‘검증’이 아닌 멀찌감치에서 바라보는, 실질적으로 검증이 안되는 형태의 참관이라면 비핵화 조치 부문에서 새로울 게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트럼프의 평가는 북미의제를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차원이라고 봤다. 신 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현재 상황에서 남북간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에 손해 볼 것이 없기 때문에 과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같은 합의사안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을 다시 북한에 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사찰로 표현했지만, 참모들도 같은 인식일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성장 세종연구소 기획본부장은 북미간 협상 진전과 관련해 남북이 이번 합의 사안과 별도로 미국을 설득할 또 다른 카드를 남겨뒀을 수 있다고 봤다. 정 본부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남북 정상이 논의한 내용이 모두 평양선언에 담기지 않았을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메시지의 내용에 따라 올해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다소 아쉬운 평가에 비해 이날 별도로 합의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박 교수는 “현재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군비통제, 신뢰구축 방안의 상당 부분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며 “특히 군사분계선 지역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민감한 이슈였는데, 지역별로 범위를 설정해 우리의 정찰 수준을 남겨놓는 선에서 합의를 이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