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악화' 빅토리아 시크릿, 지분 55% 매각 임박..1.3조원 규모

by김나경 기자
2020.02.20 18:52:25

L브랜즈, 실적악화에 빅토리아시크릿 지분 매각
시카모어 사모펀드 막판 협상..이르면 20일 발표
레슬리 웩슬러 CEO·회장 퇴임..이사로 남을 예정

[이데일리 김나경 인턴기자] 미국 패션업체 L브랜즈가 여성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 지분 55%를 미국 시카모어 사모펀드에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협상은 마무리 단계로, 매각규모는 11억달러(한화 약 1조3000억원) 정도다.

L브랜즈의 빅토리아 시크릿 지분 매각은 지난 몇년간 실적 악화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지젤 번천, 타이라 뱅크스 등 ‘천사들’로 불리는 슈퍼모델을 전면에 내세워 인기를 끌었다. 전세계에서 수백개 매장이 운영 중이며 오랫동안 미국의 고급 속옷 시장을 점유해왔지만 몇년 전부터 실적 악화가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11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55개 빅토리아 시크릿 매장이 문을 닫았다. 작년에는 TV 패션쇼를 취소하는 상황에 이르렀으며 한때 250억달러를 기록했던 L브랜즈의 시가총액은 19일 종가기준 70억달러 수준에 그쳤다.



다만 L브랜즈는 핑크(PINK)를 비롯한 빅토리아 시크릿 지분 45%를 유지하는 한편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는 배스 앤 바디웍스(Bath & Body Works) 운영에 집중할 예정이다. 지분 매각과 동시에 50년 이상 회사를 운영해왔던 레슬리 웩스너 L브랜즈 최고경영자(CEO)가 57년 만에 수장에서 물러난다. 웩스너 CEO는 L브랜즈 지분 17% 보유는 유지하면서 이사로 남을 계획이다.

WSJ는 L브랜즈가 이르면 20일 빅토리아 시크릿 지분 매각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빅토리아 시크릿 지분 인수 막바지 협상 중인 시카모어 파트너스는 더 리미티드, 핫 토픽, 나인웨스트 등 경영난에 빠진 의류 브랜드를 사들여왔다. 지난 2011년에는 L브랜즈 의류 브랜드의 지분을 일부 사들인 데 이어 2015년에는 나머지 지분을 전부 매입했다.

△ 빅토리아시크릿 지분 55%가 시카모어 사모펀드에 매각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빅토리아시크릿은 지난 몇 년간 실적악화를 겪어왔다. 사진은 미국 시카고의 빅토리아시크릿 매장 입구.[사진제공=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