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교도소' 접속 못한다…방심위, 전체 접속차단 결정

by유태환 기자
2020.09.24 17:06:18

24일 회의서 다수 의견 전체 사이트 차단
"사법체계 부정까지 표현의 자유 아니다"
서버 옮기며 재유통 가능성 상시 모니터링

강상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살인·성범죄 등 강력 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를 목적으로 개설됐지만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디지털교도소’ 사이트를 이제 접속할 수 없게 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소위원장 박상수)는 24일 회의를 열고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현행 사법체계를 부정·악용하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며 디지털교도소 전체에 대해 ‘접속차단’ 결정을 내렸다. 방통심의위는 “디지털교도소에 각종 신상 정보를 게시함으로 인해 이중 처벌이 되거나, 되돌리기 어려운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 심의위원들은 디지털교도소가 비록 “악성 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해 사회적 심판을 받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나름의 공익적 취지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내용들을 게재하여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국내 법령에 위반되는 범죄 등 위법행위를 조장하여 건전한 법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허위사실이 아닌 내용이라 하더라도 강력 범죄자라는 이유만으로 법적으로 허용된 공개 및 제재 범위를 벗어나 사적 제재를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공익보다는 사회적·개인적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 실제로 최근 허위사실이 게재되어 무고한 개인이 피해를 입은 사례가 있다고 방통심의위는 지적했다. 아울러 아동청소년법 등 현행법을 위반한 사항에 대한 운영자의 자율조치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고, 개별 게시물에 대한 시정요구만으로 심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이런 근거를 기반으로 방통심의위는 전체 사이트에 대한 접속차단을 4인(박상수 소위원장, 심영섭·김재영·강진숙 위원)의 다수 의견으로 결정했다.

반면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는 것은 과잉규제의 우려가 있고, 강력 범죄자 형량에 대한 사회적 압박 수단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는 운영진의 취지까지 고려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체 사이트에 대한 접속차단은 유보하자는 소수 의견(이상로 위원)도 제시됐다.

박상수 소위원장은 “‘범죄자들에 대한 사법부의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범죄자들이 사회적 심판을 받도록 해 범죄의 재발을 막고 경종을 울리겠다’는 운영취지에 대해서는 사회 전체적으로 이를 해소할 방안을 신중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성범죄 등 강력 범죄에 대해 다룰 때 피해자의 법 감정을 고려한 사법기관의 더욱 엄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향후 방통심의위는 운영자가 사이트가 차단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해외 서버를 옮겨가며 재유통할 가능성에 대비해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해외 서비스 제공업체 등을 파악하여 협조를 요청하는 등 접속차단 결정 이후에도 재유통 방지를 위한 노력도 다할 계획이다.